회사채 발행 막힌 기업들, 유동성 위험 커져

2022-06-28 11:17:23 게재

전년대비 회사채 순발행 59.4% 감소

은행 대출 늘고 CP·단기사채로 버텨

회사채 순발행이 전년 대비 60% 가량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하반기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늘리고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등 단기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7일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주간KDB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은 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2000억원) 대비 59.4% 줄어들었다. 순발행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것이다.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4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1조8000억원) 대비 19.1% 감소했지만 상환액은 33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31조6000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상환액이 늘었는데도 회사채 발행은 그 만큼 늘지 않았다.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채권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채권 발행 기업들도 높아진 발행금리에 이미 발행한 채권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신규 발행 시기를 늦추는 등 회사채 공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통로를 이용해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4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2조4000억원) 대비 495.8% 급증한 것이다. 또 대기업들은 잘 활용하지 않았던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렸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모아 기초자산으로 하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거쳐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대기업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최근 SK렌터카(500억원), SK머티리얼즈(55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560억원) 등이 P-CBO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만기 1년 미만 CP, 전자단기사채 등의 발행액도 늘었다. CP와 단기사채 순발행액 잔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7조9000억원) 대비 74.6% 급증한 것이다.

미래전략연구소는 "만기가 짧아 단기 상환부담이 있는 단기금융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경기하강으로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될 경우 기업의 유동성 부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하반기에 더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일드 펀드(투기 등급 채권 집중투자)들은 그동안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인수했지만 최근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미루면서 인수 규모가 축소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