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회 투명성 위한 회계기본법 도입

2022-06-28 15:13:54 게재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4년간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후 2년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익법인 주기적 지정제는 외부감사법이 아니라 상속세와 증여세법 시행령에 근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산가들이 상속세 회피목적으로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법상 성실공익법인을 별도로 지정하고 회계보고 및 외부감사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회계보고 및 외부감사는 상법과 외부감사법에 근거해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반면, 공익법인의 회계보고는 세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나누어 관리하게 된 것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주기적 지정제는 회계 투명성 확대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회계규제 기관의 분산은 효과적인 회계감독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 회계기준 다르고 담당 부처도 따로따로

투명한 회계보고를 통해 조직은 활동과 결과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이러한 회계 책무를 어카운터빌리터(accountability)라고 한다.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맡겨진 책무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누가 이해관계자인지 그리고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둘째, 요구되는 정보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보전달체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회계보고 및 공시, 외부감사제도는 금융위원회가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에 따라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독을 하고 있다. 반면 공익법인 학교법인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과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과 관련된 회계보고, 공시 및 외부감사 제도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주무관청이 필요에 따라 개별적인 회계기준과 감독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일관된 체계와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공익법인은 기획재정부가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근거해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운영한다. 대학과 같은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따라 회계보고를 한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회계기준규칙에 따라 회계보고를 한다. 이처럼 조직형태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외부감사도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모든 조직은 고유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원 인력 등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조직의 경영자는 자원을 제공한 이해관계자에게 조직이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였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조직의 이해관계자들이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회계정보의 이해가능성과 비교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모든 조직의 회계에 공통으로 적용될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

현재와 같이 조직유형에 따라 다른 회계보고 기준과 감독체계가 적용되면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이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투명성이 낮아지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영리 및 비영리법인을 포함해 모든 조직의 회계에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을 규정한 회계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회계기본법에서는 재무제표의 작성 및 공시,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운영, 외부감사 및 회계감독과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을 정의해야 한다. 주무 부처가 필요한 경우 회계기본법의 원칙을 기반으로 특수한 회계처리내용을 추가한다면, 전체적인 회계보고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조직유형에 따른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범정부적으로 회계정책과 감독에 전문성 있는 전문조직을 신설해 다양한 부처에 흩어져 있는 회계정책을 통합해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