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회

다가오는 복합위기 반영한 경제기사 적극 발굴해야

2022-07-04 11:15:21 게재

올해 폭염 타이밍 삼아 기후위기 기획보도했으면

당연하고 밋밋한 제목 뽑으면 가독성 떨어져

일주일에 몇 건이라도 테마 잡아 팩트체크하길

내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은 6월16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본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5월 회의 직후부터 6월 중 게재된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위원들은 최근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기사를 적극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폭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심층기획, 독자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팩트체크 기사 필요성도 제안했다.

내일신문 6월 독자권익위원회 회의가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사 좋은데 그래프·사진 없어 답답

정세용 = 오피니언면을 열심히 보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거는 21면 글로벌 포커스에 얼굴사진만 있지 도표라든지 사진이 아무 것도 없어서 답답하다. 김은광 기자의 글로벌 포커스는 다른 언론이 쓰지 않는 걸 써서 가독성이 있다. 5월 25일자 '바이든, 중국 관여할 전략적 기회 놓치나' 기사를 보면 글은 좋은데 그래프나 사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5월 26일자 중동 톺아보기도 재밌게 읽었는데 역시 그래프가 없어서 답답했다. 6월 15일자 '퍼스트레이디, 존재 자체가 정치다', 김명전 칼럼 등은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적절한 지적을 했다.

◆'취업자 증가' 기사 실상보면 내용 달라

현문학 = 경제면을 주로 자세하게 보는 편이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악순환 고리에 들어갔는데 미국이 인플레로 금리인상을 시작했는데 그러면 우리는 환율이 급등하게 돼 있다. 다음 단계는 가계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성장률이 뚝 떨어지고 복합위기가 현실화된다. 우리가 먼저 쓰러질 가능성은 낮지만 주변국 약한 고리부터 쓰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이 굉장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경제뉴스를 1면에 많이 내보냈으면 한다. '반도체 인재양성 컨트롤 타워 없다', '건설업체들이 해외사업 안 하고 놀기 좋은 국내에서만 한다' 등의 기사는 좋은 기사였다.

통계청 발표 기사인 취업자 증가 기사가 1면에 보이게 났는데 들여다보면 노인일자리,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포함돼서 그런 것이고 대졸(일자리)은 엄청나게 줄어든 걸로 나온다. 앞서 대졸자 5분의 1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고용률이 역대 최저라는 기사도 게재됐던데 얼마 안 돼 1면에 취업자 증가 기사가 나온 것은 좀 아쉬웠다.

내일신문의 특징은 기사를 와이드하게 다뤄준다는 점인데 15일자에 나이 많을수록 교통사고 치사율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를 보니 너무 당연하고 밋밋한 제목을 뽑아서 비중 대비 가독성이 떨어졌다. 내용 중에 자전거 음주운전 때문에 사고 나는 게 많던데 그런 걸 제목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기사 쓰기 전 사전조사해서 중복기사 피해야

임성진 = 독자위원들의 지적이 반영된 기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드리고 싶다. 지난 독자회의에서 원자력 기획기사와 관련해 재생에너지하고 균형을 맞춰서 쓰면 좋겠다 했더니 관련한 기획기사가 4차례 나왔다. 기획기사 시작할 때 시론에서 현대차 그린워싱 논란을 함께 다뤄서 전체지면에서 기획효과를 높였다는 점에서 칭찬드리고 싶다. 또 지방선거 제도를 지방 관점에서 봐달라 지적했더니 시론과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인터뷰에서 그런 관점으로 다뤘더라. 독자위원들이 쓴소리를 많이 하는데 귀를 열고 수용해 줘서 감사드린다.

아쉬운 점은 3일자에 신안 울산 해상풍력 기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이미 한 달 전에 전문지에서 똑같은 내용을 심층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어본 사람들은 내일신문 기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을 수 있다. 기사 쓰기 전에 사전 조사를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날씨가 상당히 더울 거라고 하는데 타이밍상 기후 특집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다루면 어떨까 싶다. 언론재단 지원도 있으니 해외 현장 기획보도를 하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 '촉법소년' 시점 좋지만 현재 쟁점 바꿔야

이현숙 = 16일자 '노동자 4명 중 1명이 가족 형태로 직장 내 차별' 기사가 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시민단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써주셨는데 이런 기사를 쓸 때 생활동반자법이나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인정하자는 움직임 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함께 써주면 좋을 것 같다.

13일자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유엔협약과 배치된다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관련 논란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기사가 나왔다는 점은 굉장히 좋았다. 다만 제안을 드리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만 집중이 되면 범죄를 저지른 아이의 책임을 처벌하고 징계하는 방식에 국한된다. 그보다는 왜 이런 범죄가 생기고, 어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 현재의 쟁점을 바꿀 수 있는 기사가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3일자에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가 1면과 내지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졌는데 굉장히 좋았다. 다만 소제목도 없이 기사만으로 채워져 있어서 숨이 막혔다. 독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기사를 배치해줬으면 한다.

최근 드라마에서 다운증후군 배우가 나와 더불어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해 반향이 컸는데, 장애인 돌봄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지도 다뤄줬으면 한다.

◆수학교육 쉽게 가르친다는 것의 한계도 같이 다뤘으면

이해성 = 15일자 '가상자산 투자와 투기 사이' 기사를 보면 그동안 봐왔던 관점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가상자산 관련해 다 알면서도 말하기 껄끄러웠던 것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나만 폭탄 안 맞으면 된다는 게 있는데 기사 내용에 그런 언급이 있었다.

8일자 남호성 교수의 '수포자 양산하는 진입장벽 수학언어'라는 칼럼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분 말씀은 현실에서 쉽게 눈에 보이고 이해되는 것도 수학적인 수사를 거치면 어려워지니 수학적 추상화 단계에서 엄밀성을 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부에서 물리학을 했고, 주변에 수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많은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면, 이들의 관점은 '수학의 본질은 엄밀성에 있다'는 것이다. 엄밀성을 내려놓는 순간 온갖 문제가 다 터진다는 거다. 이런 수학자의 관점을 대표하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유클리드의 유명한 말이다. 좀 더 쉬운 방법이 없느냐는 제자 질문에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본인이 풀어야 하는 문제를 아무리 쉽게 가르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쉽다는 게 좋은 것이긴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남 교수 칼럼 옆에 수학자 관점에서 보는 엄밀성에 대해 함께 나란히 실었다면 독자 입장에서 흥미로웠을 것이다.

◆떠나는 '정은경' 기사, K방역과 연결해 더 와이드하게

정세용 =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인물기사는 읽히는 기사다. 5월 18일자에 K방역 떠나는 정은경 기사가 있었는데, 좀 더 와이드하게 다뤘으면 읽히는 기사가 됐을 것이다. 인물을 다루면서 K방역 결산도 같이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팀별로 지면을 서너개씩 할 때에는 작든 크든 인물 인터뷰를 다루는 게 좋겠다.

팩트체크에 대해서도 제안 드리고 싶다. 내일신문에도 팩트체크 전문기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이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했다는 발언을 했는데 과연 그랬는지 팩트체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전 정부에서 민변 출신이 등용되긴 했지만 '도배'를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이번 정부에 검사 출신이 이곳저곳에 등용되는 것이 전무후무하지 않나 싶은데 어떤 말이 맞는지 팩트체크를 해서 기사화하면 좋았을 것 같다. 모든 사안을 그렇게 할 수는 없어도 일주일에 몇 건 테마를 잡아서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현문학 = 인물 기사가 가장 살아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오늘같은 날에는 BTS를 인물기사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연예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산업과 주식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성진 = 아예 팩트체크 코너를 따로 두는 게 어떨까 싶다. 요즘 너무 쉽게 언론에 보도되는데 뭐가 맞는 말이고 아닌지 확인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6월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정세용(전 내일신문 주필)
위 원 이해성(내일이비즈 부사장·CTO)
      이현숙(탁틴내일 상임대표)
      임성진(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문학(한국생애설계협회 홍보이사)
      문찬석(법률사무소 선능 대표변호사·불참)

내부 참가자
이선우 편집국장
장병호 국제통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