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만취상태에서 생긴 일, 죄송하고 깊이 반성"
위원장직 제의에 망설여
대통령실, 알고도 내정
인사검증기준 또 논란
송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과 인사검증팀도 사전에 파악하고 검토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하지만 '오래된 발언이고, 당시 학교 처벌 없이 넘어간 일'이라는 이유로 내정을 강행했다.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윤석열정부 인사검증기준이 또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 진실되게 사과해" = "술을 급하게 마셔서 만취 상태였다는 것이 후회가 많이 된다. 낙마도 생각하고 있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된 질의에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대로스쿨 교수 재직 시절인 지난 2014년 신입생들과 회식자리에서 학생들의 외모에 등급을 매기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팩트 대부분은 맞다.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교수로서 편한 삶을 살아와서 모자란 점이 많다"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학장단이 처음 바뀌어서 학생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다"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술을 마시다가 만취 상태에서 아무 얘기나 하게 됐고, 불행한 일이 생겼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고 후회가 많았다"며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진실되게 사과했고, 학생들도 아마 어려웠겠지만 사과를 잘 받아주면서 학장단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쪽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나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흔히 말하는 낙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장난 인사검증시스템 = 송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실 인사검증기준이 국민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또 나온다.
앞서 인사검증을 통과했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호영 후보자가 도덕성 논란 끝에 연이어 사퇴한 바 있다.
공직자 인사검증은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오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이 맡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가 압축한 후보군을 관리단에 넘기면, 관리단이 재산 등 자료와 평판, 비위 사실 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관리단의 검증 결과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최종 검토한 뒤 인추위가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앞서 낙마한 정호영·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관리단 출범 전에 지명돼 대통령실이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 송 후보자의 경우, 지난달 7일 발족한 관리단이 맡았다. 관리단이 맡은 첫 번째 인사검증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 부실검증 지적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해보라. 사람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송 후보자는 지난 2014년 회식 자리에서 학생들의 외모에 등급을 매기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검증 단계에서 이를 파악하고도 지명을 강행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지난 4일 기자단에 "검증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며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정책, 큰틀 변화 없다" = 이날 송 후보자는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추진할 정챙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공정위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는 시장경제를 위해 가장 주춧돌로 삼아야 하고, 특권 정권 정책 방향에 의해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후보자는 "시장 상식에 맞는 공정거래를 보장하고 유지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기본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반칙에 엄정 대응하겠다. 시장경제가 일부 경제적인 강자에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경쟁제한적인 규제들을 과감히 바꿔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송 후보자는 "벤처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등 성장을 가로막는 여러 규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실력이 좋아야 하고, 왜 좋지 않은 규제인지도 설명해야 한다"며 "과학적인 분석 체계를 확립해서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한다거나, 경쟁력을 훼손하는 기술 탈취 문제에도 적극 대처하겠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편향 지적엔 적극 해명 = 친(親)대기업 성향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오해'라며 적극 해명했다.
그는 "제 경력이나 예전에 썼던 글이 대기업 친화적이지 않으냐, 그런 오해 섞인 논평이나 예상이 많은 듯하다. 그런 점은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이번 정권이 자유시장경제라고 해서 재벌 맘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소비자 보호, 독점 금지(안티 트러스트), 재벌 규제라는 공정거래법의 세 가지 축은 변한 적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권에서 역점을 뒀던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슬로건이나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재벌 개혁이란 말은 표현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표현이나 슬로건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들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만날 것"이라며 "그분들(총수)이 우리의 적도 아니고, 만나는 데 현재로선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송 후보자는 과거 로펌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그는 "제가 김앤장 출신으로서 김앤장이 대리했던 기업 쪽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것인가, 그 부분은 감히 말씀드리는데 안심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저의 평생에 경력이라는 건 교수 하나밖에 없다"며 "유학 마치고 들어왔을 때 김앤장에서 잠깐 6개월간 근무한 것 때문에 김앤장 출신으로 분류되는 건 아마 김앤장에서 싫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자연스럽게 로펌 변호사와 많이 어울리게 된다"며 "최근 문제와 쟁점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정보를 얻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국민은행 등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에 대해서는 "그런 기업들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당연히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