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하면서 재정적자 연 40조 줄일 수 있나

2022-07-08 11:39:16 게재

재정수지 적자 -3% 이내·국채비율 50% 중반 관리 목표

세입확충 대신 부자감세정책, 재정준칙 법제화 험로 예고

세계경제 침체시기 긴축, 서민·중산층 정부지원 족쇄

윤석열정부가 지난 5년 간 운용된 확장적 재정기조를 '긴축재정'으로 전환하며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 증가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강력한 재정혁신으로 재정건전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야당의 반대를 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뚜렷한 세입확충방안 없이 날로 늘어나는 복지수요까지 감당하며 재정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적 경기침체가 예고된 시기에 정부가 긴축재정을 선언하면서 향후 정부대응에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지출 40조 줄여야 =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2년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11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채무를 적극 관리하기로 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내년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사학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재정건전성 관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올해 GDP 추정치 기준으로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현재 110조원까지 불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60조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이를 적용하면 40조원 넘게 재정 씀씀이를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50.1%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27년까지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임기 내 증가폭을 5~6%p 수준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평균 증가폭인 14.1%p의 3분의1 수준이다.

◆문정부와 차별화 강조 = 윤석열정부가 이 같은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와 함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라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금까지의 확장재정 기조와는 달리 긴축적으로 재정이 운용될 것"이라며 "무조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국정과제 등 해야 할 일을 하는 책임 재정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재정, 건전 재정까지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 △임기내 국가채무비율 50%대 중반 등 수치상의 목표 만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재정 목표의 수치화가 재정의 역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지출과 조세수입, 부채 규모 등 다양한 지표의 장단점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 각각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수지를 좋게 하려면 지출을 줄여 재정 역할을 축소하거나 국민 세부담을 늘려 조세수입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현재 경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부채비율, 지출비율, 조세비율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판단기준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재정목표수치를 경직되게 법제화할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필요한 비상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부자감세로 국민 설득력 ↓ = 재정건전화 방침은 세웠지만 구체적인 세수확충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지출효율화와 강력한 재정혁신 방안으로 민간 보조사업 원점 재검토나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을 내세웠을 뿐이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필요한 재정규모와 비교한다면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209조원 상당이 필요한 국정과제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재원 확보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구조 변화로 급격히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세입확충 계획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거꾸로 정부는 법인세를 완화하고,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 등 대규모 감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주요 감세정책의 수혜자가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부자감세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국가재정전략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물론 국민 다수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내세운 재정정책 설득력을 높이려면 먼저 법인세나 종부세 감면과 같은 부자감세 정책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와 내년은 세계적 경기침체와 고금리·고물가가 맞물리면서 서민과 빚 많은 중산층의 형편이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긴축재정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여력을 줄여 정부의 신속대응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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