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중징계, 국민의힘 격랑속으로

2022-07-08 11:51:19 게재

당원권정지 6개월 … 이 대표 "모든 조치 하겠다" 반발

친윤과의 갈등으로 위기 … 윤석열정권도 민심 시험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사상초유의 '30대·0선'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일약 한국정치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017년 탄핵 사태로 궤멸 위기에 놓였던 보수진영이 정권을 탈환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상초유의 중징계를 받는 여당 대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친윤과의 누적된 갈등이 위기를 불렀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7일 오후 7시부터 8일 오전 2시 45분까지 마라톤회의를 연 끝에 이 대표에게 당원권정지 6개월,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에게 당원권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양희 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김철근 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장 모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8일 오전 KBS라디오에서 "처분이 납득 가능한 시점이 되면 그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6개월 당원권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은 저는 아무래도 윤리위의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30대·0선' 대표로 선출되자, 보수진영에서는 "정권교체의 희망을 찾았다"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선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수의 변화와 혁신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당 지지층을 2030대로 확장하는 효과를 냈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승리의 공신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친윤과 끝없는 마찰을 빚었다. 친윤은 '이 대표가 윤 후보 대신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윤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분란을 일으켰다' '대선 이후에도 정권 성공을 막으려 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도 이 대표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윤심'을 읽은 친윤이 '이준석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던 이 대표가 정권주류와의 갈등 끝에 낙마 위기에 몰리면서 윤석열정권도 다시 한번 민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대표를 불명예스럽게 쫓아내는 게 '공정'이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민심이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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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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