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과감한 금융규제 개선' 칼 뽑나

2022-07-12 11:23:40 게재

'금산분리 완화' 시사, "필요시 공매도 금지" … '가상자산 육성'도 언급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융산업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금융규제에 대해 과감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사안의 민감성으로 인해 공개적으로는 언급을 꺼렸던 금산분리 규제완화와 공매도 금지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취임식을 마친 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김 위원장은 11일 취임사에서 "금융당국은 우리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가 무엇인지, 해외 및 빅테크 등과 불합리한 규제가 없는지 살피겠다"며 "불피요하거나 차별받는 부분은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산분리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은 기술환경이나 산업구조 등이 많이 변하면서 그간 없었던 빅테크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전과 같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게 맞는지는 한 번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남들은 다 드론을 띄우고 전쟁하는데 우리 금융산업은 규제 때문에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금산분리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 비금융자회사 인수 열리나 =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인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빅테크 업체들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를 만들었다.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은 빅테크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했고 금융회사들도 디지털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기업들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여신금융협회장을 지내는 등 시장에서 있으면서 융합의 시대에 금융회사들도 데이터회사나 디지털회사를 인수해 혁신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상한은 4%에서 34%로 늘었다. 반면 은행의 비금융자회사 지분 소유는 은행법으로, 금융그룹 지주사들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 소유는 금융지주회사법으로 제한돼 있다.

은행법 37조는 '은행은 다른 회사 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기술력을 가진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면 플랫폼 경쟁에서 빅테크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시 급격한 충격시 '공매도 금지' 가능 = 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서도 필요시 가능한 조치라는 점을 밝혔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현재 외국도 시장이 급변하면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당연히 시장 상황을 보고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할 것이고 증시안정화기금(증안기금)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에 신중한 입장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부 국가들이 공매도 금지를 한 것은 맞지만 현재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갑작스런 충격으로 급락할 경우 공매도 금지 등이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이 시장 안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상자산(코인) 시장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긴 금융당국의 태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가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건강하게 육성돼 나가도록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기술의 미래발전 잠재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로벌스탠다드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생각은 가상자산의 잠재력이나 불꽃을 꺼뜨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또 한축에선 그 과정에서 루나사태 처럼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그에 대해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