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벽에 막힌 경찰 수사 인력 확대

2022-07-13 10:52:20 게재

확충 발표 하루 만에 "공무원 증원 없다"

경찰, 지원 인력 증원 … "협의해 나갈 것"

수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경찰이 우선 수사 행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원 인력 충원에 나섰다. 경찰은 장기적으로 1500여명의 수사관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행정안전부가 5년간 공무원 정원을 동결하기로 해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수사지원 인력 증원을 위한 '경찰청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총액인건비제를 활용해 경찰서 수사지원 정원을 269명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총액인건비제는 인건비와 운영경비 등을 절감해 마련한 재원으로 기관 운영에 필요한 보수, 수당, 조직 등에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체적으로 절감한 재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총액인건비 한도 내에선 행안부의 승인 없이도 인력을 늘릴 수 있다.

경찰청이 수사지원 인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보관해야 할 수사 관련 서류가 늘면서 문서 복사 등 행정업무도 폭증했기 때문. 기존에도 수사지원팀이 있었지만 행정업무가 갑자기 늘면서 일선 수사관들이 수사를 하면서 행정 처리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 내에서는 '수사권이 아니라 복사권을 가져왔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왔다.

경찰은 수사지원 인력을 확충해 수사관들이 실제 수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충원하는 수사지원 인력은 8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올해 안에 채용을 마치고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앞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경찰관 입장에서 (수사권조정으로 인해) 수사 주체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아졌지만 업무량이 늘고 절차가 복잡해지며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수사인력 충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남 본부장은 지원 인력뿐 아니라 향후 5년간 수사 인력 1554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이 수사 인력난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에서 경찰로 수사 사무가 이관됐지만 인력은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경찰 수사 인력 증원 규모는 440명으로 오히려 지난해 839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경찰 내 수사부서 기피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찰 1명당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지난해 64.2일로 길어졌다.

경찰 수사 인력 확충이 시급하지만 남 본부장의 계획대로 충원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수사인력 확대를 위해선 경찰 내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어렵고 증원이 불가피한데 행안부가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12일 '정부 인력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윤석열정부 5년간 공무원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행안부는 되레 부처별 정원을 매년 1%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합활용정원'으로 지정해 주요 국정과제와 협업체계 추진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에 대해선 하반기 조직진단 결과에 따라 매년 1%의 인력을 자체조정·재배치해 다른 필수 증원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인력 확대는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자체적으로 가능한 수사지원 인력을 확충하면서 행안부와 수사 인력 정원 확대를 위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기존 치안빅데이터정책담당관을 폐지하는 대신 치안빅데이터팀을 신설해 빅데이터분석·활용 역량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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