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경쟁 이미 타올랐는데 … '복귀' 의사 밝힌 이준석
잠행 5일 만에 무등산 사진 … "조금 늦어질 뿐"
차기 주자들, 조기전대 가능성에 움직임 빨라져
친윤 그룹, 6개월 한시적 봉합에 내심 불만
이용호 의원 "이 대표 정치적 퇴로 마련해야"
국민의힘이 '권성동 원톱 체제'로 재편되면서 안정을 찾은 듯 보이지만 물밑에선 차기 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오히려 격화되는 모습이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의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사퇴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와중에 이 대표는 잠행 5일 만에 광주 무등반 사진을 올리며 대표직 복귀 뜻을 내비쳤다.
지난 8일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나온 이후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잠행을 해오던 이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징계 다음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심신청 등 불복 의사를 강하게 밝혔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바 있다.
이 대표는 무등산 등반 사진과 함께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번 꼭 와봐야겠다고 얘기했었다.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 앞으로도 무등산의 자락 하나하나가 수락산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찾아와서 오르겠다"고 썼다.
이같은 언급은 윤리위 징계 결정을 수용하되 6개월 후 복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결정과 관련해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로 보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6개월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같은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정치적 메시지인 셈이다. 또 이 대표가 자신의 복귀 메시지를 굳이 무등산 등반 사진과 함께 올린 것은 자신이 당 대표로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서진정책을 상기시켜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복귀 의사를 밝힌 것과는 무관하게 당 내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6개월 후 정치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이 대표의 의지와는 달리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등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 당권 주자들은 6개월 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찌감치 당권 경쟁으로 내달리는 모양새다.
차기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 후 첫 토론회를 12일 열고 자신의 정책역량을 과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책의총을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역시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의원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의 두 번째 모임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 의원도 참석했다.
원외에선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나 전 원내대표는 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당대표가 해야 될 역할과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맞는다 그렇다면 출마를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핵심 키는 이 대표가 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 당권 경쟁이 가열되고는 있지만 이 대표가 6개월 후 아무일 없다는 듯 당 대표직에 복귀하면 조기 전대의 꿈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자진사퇴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친윤그룹에서는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이 대표에게 정치적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용호 의원은 14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이 문제를 본인이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면 (조기) 전대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가 그런 결단을 내리게 할 수 있느냐? 그런 퇴로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 하는 이런 부분들은 정치력"이라고 말했다. 6개월 한시적인 직무대행체제로는 윤석열정부를 잘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보고, 조기 전대를 통한 안정적인 체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당내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