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물가대책 내놨지만, 자고 나면 또 오르는 물가

2022-07-19 11:13:03 게재

정부출범 뒤 물가대책만 3차례, 10조 감세 어디로?

돼지고기·커피 등 관세 면제했지만 소비자가격은 올라

윤석열정부 출범 뒤 매달 한번 꼴로 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총 3번의 대책으로 약 10조원을 감세했지만 시장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10조원이나 되는 돈이 어디로 갔느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그 재정으로 차라리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획재정부도 물가대책의 효과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물가대책의 구체적인 효과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은 효과가 손에 잡힐만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부가세까지 감면했지만 =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발표한 정부 물가대책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유류세 인하다. 공급자의 부담을 줄여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정부는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서 6000억원 규모의 관세·부가세 인하 대책을 내놨다. 6월에는 유류세를 연말까지 법정 최대한도로 낮추기로 했다. 추가로 법을 개정해 법정한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유류세 감면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 규모는 8조8000억원 수준이다.

그래도 밥상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8일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수입산 소고기·닭고기 등에 대해 3300억원 규모의 감세 대책이 담겼다.

지난 5월 정부는 6000억원 규모의 관세·부가세 인하를 단행하면서 물가상승률을 0.1%p 끌어내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삼겹살 등 수입물량 대부분에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론이 잇따랐다. 주요 수입국과 FTA가 체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이후 발표된 두 차례 물가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물가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물가는 고공행진 중 = 하지만 정부의 물가대책 이후에도 밥상 물가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나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밥상물가와 관련이 깊은 농·축·수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0.42%p에 달했다. 오히려 5월(0.37%p)보다 상승했다.

품목별로 봐도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0.3%)과 채소류(6.0%)를 중심으로 4.8%나 올랐다. 채소류 가격이 오른 건 5개월 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돼지고기(18.6%), 수입 소고기(27.2%), 배추(35.5%), 수박(22.2%)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빵(9.2%)을 비롯한 가공식품(7.9%) 가격도 많이 올랐다.

체감 물가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마찬가지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4% 뛰었다. 지수를 구성하는 식품과 식품 이외 품목이 함께 오른 탓이다. 특히 축산물·가공식품을 포함한 식품 물가는 지난 5월 7.1%에서 지난달엔 7.7%로 치솟았다. 생활물가지수는 458개 생활 품목 중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통계를 낸다.

신선식품지수 역시 지난 5월 2.5%에서 6월엔 5.4%로 껑충 뛰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같은 기간 신선어개(생선·해산물)는 2.5%에서 2.7%, 신선채소는 0.1%에서 6.0%, 신선과실은 4.8%에서 6.5%로 각각 올랐다.

◆관세 0% 적용해도 소용 없어 =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관세를 0%로 낮췄던 수입 삼겹살의 가격상승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할당관세 적용으로 돼지고기 원가가 최대 18.4∼20.0% 내려갈 것이라고 홍보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자료를 보면 지난달 22일 100g당 2911원 수준이던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이달 4일 2875원으로 다소 내려갔다. 하지만 1년 전(2518원)보다는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관세가 없어진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도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인 참가격에 따르면 식용유 100㎖당 가격은 지난 5월 528원에서 6월에는 564원으로 한 달 새 6.8% 올랐다. 밀가루도 같은 기간 100g당 217원에서 231원으로 6.5% 뛰었다.

◆가성비 떨어지는 대책 =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금 인하를 통한 물가 대응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보고서는 에너지와 식료품에 대한 세금 인하로 물가에 대응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퇴행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응이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높은 국제 물가가 국내 경제에 전가되는 것을 허용하되 물가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지불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주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가 올라 세수가 더 걷히면 그만큼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통화기금이 31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금성 지원(48%)이 가장 보편적인 대책이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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