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고물가에 '알뜰·착한소비' 확산
생필품에 안주마저 '가성비' 따져 고민 또 고민
온라인장보기 늘고 재고·중고 전문몰에도 기웃 … 유통가 '초저가 경쟁' 돌입
먹거리 물가가 치솟는 '푸드플레이션'으로 장보기 부담이 커지면서 온라인 장보기로 대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데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처럼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G마켓과 옥션이 최근 한달(6월4일~7월4일)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과 같이 일상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먹거리 상품 전년동기대비 크게 늘었다.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쌀과 김치가 각각 33%, 32%씩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이 기간 45% 판매가 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 판매량은 2배 가까이(91%) 증가했다. 최근 가격 상승률이 큰 품목 중 하나인 닭고기는 58%, 계란은 2배가 넘는 122% 만큼 더 많이 팔렸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즉석밥과 라면은 각각 14%, 19%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통조림·캔 종류도 35% 판매가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푸드플레이션,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화제가 될 정도로 먹거리 물가가 치솟다 보니 온라인몰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온라인 장보기플랫폼 GS프레시몰이 이달초 '에브리데이굿프라이스'기획전으로 선보인 30종 상품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다.
'굿프라이스' 기획전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돕고 소비자의 가격 비교 수고를 덜어주고자 GS프레시몰이 내놓은 '착한 가격' 정책 일환으로 도입된 행사다.
유통가는 생필품값 인하경쟁에 돌입했다. 이마트가 불을 당겼다. 이마트는 지난 4일 "국민 생활비 부담을 확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를 통해 '이마트에서 장보는 게 가장 저렴해서 확실히 이득'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의도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필수품을 싸게 공급해 손님을 더 끌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만큼 가성비를 따져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상시 최저가' 첫단계는 '40대 필수상품' 가격 인하다.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이마트 매장과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다른 대형마트와 대형 온라인몰보다 싸게 판매한다고 공언까지 했다.
이커머스 티몬도 생필품값 인하경쟁에 동참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주요 생필품 200종 상품을 '초저가'로 판매했다. 티몬의 경우 모바일앱에서 내려받은 전용쿠폰을 활용하면 추가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생필품뿐아니라 안주거리도 가성비를 따진다. 특히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한 안주와 주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7월들어 18일까지 냉장안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2.9% 늘었다. 열대야 현상이 있었던 8~10일 심야시간(오후 8시~자정)에는 무려 77.9%나 급증했다.
CU 관계자는 "1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성인 2명이 먹어도 넉넉한 양을 강조한 닭강정 수육보쌈 골뱅이비빔면 등 가성비 좋은 안주들이 전년동기대비 30% 이상씩 많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GS25 역시 쌈채소 직화 불고기라는 가성비 좋은 안주를 내놓으며 손님 끌기에 나섰다.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원재료 구입 경로를 변경하면서 가성비 좋은 상품을 재출시한 경우다. 주재료인 돼지고기와 쌈 채소에 대한 구입 경로 변경으로 가격은 그대로 인데 양은 크게 늘렸다. 국내산 돼지고기 구매 방식을 직거래로 전환했고 쌈채소 등도 농가로부터 직접 납품 받는 식으로 원가상승 요인을 최소화했다.
알뜰소비족이 늘면서 '틈새쇼핑몰'도 활황이다. 틈새쇼핑몰이란 소비자취향과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는 곳을 뜻한다.
특히 신제품 대신 재고·중고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재고 중고 전문몰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당근마켓을 비롯 리싱크 등은 최근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에게 가성비 좋은 제품을 내놓겠다는 건 선의이자 마케팅 전략으로 받아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판매자 납품가격을 후려 치거나 제조업체들에게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