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대책없이 빚탕감 강행하나
정부가 떠넘긴 빚탕감, 지역신보 위기 커져
서울시도 문제 공감, 정부에 해법 주문 나서
보증여력 고갈 우려에 '공정' 논란까지 겹쳐
정부의 채무감면 정책은 민생절벽에 놓인 소상공인 위기 극복에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채무감면으로 인한 자산 손실 대부분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신보는 코로나 기간 소상공인들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다. 신용등급이 낮아 1금융권 문을 두드릴 수 없던 소상공인들은 지역 신보의 보증서에 의존해 간신히 숨통을 텄다.
◆취약층 소상공인, 마지막 보루 '위태' = 20일 보증 업계에 따르면 지역 신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저신용 소상공인 보증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다. 지역 신보는 코로나 사태 속 연이은 대출 확대로 보증여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정부의 조급한 채무감면 대책은 가뜩이나 위기 상황인 지역 신보의 보증여력을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만들어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서울 신보의 경우 현재 자산은 약 9000억원 수준이지만 정부의 새출발기금 업무를 시행하려면 약 3조3000억원(지역 신보측 추정) 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지역 신보 자산은 보증여력을 의미한다. 정부 계획대로 부실 채권의 원금 중 60~90%를 감면해주면 서울 신보 자산은 최소 3600억원, 최대 900억원까지 감소한다. 현 상태로는 부실 채권을 매입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려 해도 법 테두리 안에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에 발생할 수 있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등 경제 위기가 가중되면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추가 대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코로나 빚탕감 책임을 떠안은 지역 신보들의 보증 여력이 고갈되면 추가 보증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지역 신보 관계자는 "지역 신보는 취약층 소상공인들에게 마지막 기댈 곳 역할을 해왔다"며 "보증여력이 사라지면 향후 닥칠 더 큰 경제위기에 대비할 둑이 무너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3개월 후면 대부분 부실채권 될 것" = 채무감면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는 지역 신보들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 채권을 지역 신보측이 예상하는 8~12%가 아닌 60% 수준으로 대폭 올려 매입할 계획이며 이 경우 지역 신보 자산 손실은 우려하는 만큼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신보측 분석은 다르다. 지역 신보에 따르면 금융위는 부실 채권(90일 이상 연체)과 부실우려 채권(30일 이상 연체)을 구분해 정책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10월부터 정책을 본격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0월이면 지금부터 연체를 시작할 경우 90일이 지난다. 3개월 후면 원금의 60~90%를 깎아준다는데 지금 이를 갚을 사람은 없다. 지역 신보 관계자는 "캠코는 부실우려 채권을 60%에 사들이겠다지만 정작 10월이 되면 대부분의 소상공인 대출이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될 것"이라며 "부실우려 채권을 60%에 사들일 테니 걱정 말라는 얘기는 금융당국 눈속임이며 정책홍보를 위해 더 많은 채무 조정을 원하는 정부에 의해 지역 신보의 부실채권이 헐값에 팔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 채무 감면 필요성엔 적극 공감하지만 지자체 출연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신보 자본잠식 위기는 결국 세금 투입 등 시민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실하게 빚을 갚은 소상공인들 반발, 지역 신보 위기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인데 정부 정책이 조급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보증여력 고갈은 다가올 경제위기에 소상공인을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어 정부 건의, 당정 협의 등 다각도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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