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업 회계이슈 '사전 예고' 지적률 크게 줄어

2022-07-21 11:43:37 게재

금감원 테마심사 시행 8년

지난해 지적률 3.2% 그쳐

금융감독원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심사할 회계이슈를 사전 예고한 후 진행하는 테마심사를 시행한 지 8년 만에 지적률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테마심사는 회계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심사대상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지적률이 높고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시장에서 '사전적 감독방식'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2014년부터 2020년 6월까지 230개 회사에 대한 32개 회계이슈를 점검한 결과 69곳(30%)에서 오류를 적발해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하도록 했다고 21일 밝혔다. 지적률은 2014년 20%에서 2016년과 2018년 60%로 크게 상승했지만 2020년 17.9%, 지난해 3.2%로 감소했다.

금감원은 "2018년 제약·바이오업종 개발비 일제 점검과 2019년 재무제표 심사제도 도입 후에는 사전 예고한 회계이슈에 대한 지적률이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테마심사는 금감원이 다음 연도에 중점 심사할 회계이슈를 미리 선정해 알리고 추후 해당 이슈에 국한해 점검을 하는 감독방식이다.

시행 첫해인 2014년 회계이슈는 △무형자산(영업권·개발비) 평가 △장기공사계약 관련 수익인식 등이었고 올해는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처리 적정성 △특수관계자에 대한 수익 인식의 적정성 등이다. 내년에 예고된 회계이슈는 최근 잇따라 터진 횡령사건 등을 고려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실재성과 현금흐름표 표시 등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매년 6월 다음 사업연도 테마심사시 중점 점검할 회계이슈·업종을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공표한다. 이후 다음해에 확정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회계이슈별 심사대상 업종 및 재무제표 영향 등을 반영해 모집단을 설정한다. 회계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추정하는 세부기준을 정한 뒤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심사대상을 확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39개 회사가 테마심사 대상으로 선정됐고 230곳(9곳은 진행 중)에 대한 점검이 마무리됐다. 기업 규모는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이 120곳(50.2%)으로 가장 많고, 1000억원 미만은 87곳(36.4%), 1조원 이상은 32곳(13.4%) 순으로 나타났다.

빅4 회계법인이 감사한 회사가 100곳(41.8%), 중소형 회계법인이 감사한 회사가 139곳(58.2%)이다.

테마심사 결과 오류가 적발된 기업 69곳을 시장별·자산규모별·감사인별로 구분해 보면 코스닥이 44곳(63.7%)으로 가장 많고, 자산 1000억원 미만이 33곳(47.8%), 중소회계법인 50곳(72.5%)으로 나타났다.

69개 회사에서 지적된 위반사항은 모두 168건으로 이 중 수익 인식이 48건으로 가장 많았다. 개발비(19건), 특수관계거래 주석 공시(13건), 비상장 투자유가증권 평가(11건) 등도 오류로 다수 지적됐다.

69곳 중 절반 이상인 37곳은 단순 착오 등으로 금융당국이 '과실' 판단을 내렸지만 26곳은 '중과실', 6곳은 회계장부 위·변조 등으로 '고의' 판단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회계인프라 취약기업은 내부감시기구와 외부감사인 간 활발한 협의 등을 통해 회계이슈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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