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르노빌 방사능, IAEA(국제원자력기구) 조사의 3배"

2022-07-21 10:40:00 게재

그린피스 조사팀, 러시아군 진지 조사결과

"IAEA는 협소한 지역에서 극히 적은 샘플만 조사해 러시아군에 의한 초르노빌 피해가 없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초르노빌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얀 반데푸타 그린피스 벨기에 수석 방사선 방호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철수하며 곳곳에 매설한 대인지뢰로 인해 조사를 진행한 곳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러시아군이 군사 활동을 펼친 전체 지역을 조사하면 방사성 물질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에서 조사하는 모습. 드론과 지상용 방사선량 측정기로 미리 고농도 방사선 지점을 확인한 후, 원거리에서 해당 지점의 세슘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부터 3일 동안 진행한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표기) 접근제한구역 방사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린피스 현지 조사팀은 "지난 4월 초르노빌 주변의 방사선 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밝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보다 최소 3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IAEA의 조사 대상 면적은 초르노빌 제한구역 안의 극히 일부였다"며 "IAEA 조사의 공정성에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현지 조사팀이 초르노빌 내 러시아군이 구축한 진지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IAEA가 같은 장소를 조사해 발표한 최대 0.75μSv/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보다 최소 3배 이상 높은 2.5μSv의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해당 지역의 토양 샘플에서는 최대 kg당 4만5000Bq(베크렐)에서 최소 5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군이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방사성 물질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군 진지와 진지에서 남쪽으로 600미터 떨어진 지역을 그린피스가 자체 제작한 특수 드론으로 확인한 결과, 200CPS(Count per Second. 대지에서 방출되는 감마선량 단위)에서 8000CPS의 감마선량이 확인됐다. 600m 거리를 두고 방사선량이 무려 40배나 차이가 났다. 지난 4월 IAEA의 조사 장소는 러시아군 진지에 국한됐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붉은 숲 지역에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로 인해 토양 속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확산되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확산된 방사성 물질에는 플루토늄과 아메리슘과 같은 알파 방사선 핵종들이 있어 인체에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식수원과 연결되는 주변 강의 방사능 오염도 우려된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로 확보한 샘플의 정밀 분석을 진행해 별도의 보고서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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