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경훈 한국폴리텍 운영이사

"산업변화 맞춰 국민 모두에 필요한 인력양성"

2022-07-22 11:31:25 게재

폴리텍 53년간 270만명 양성 … "산업대전환 따른 직무전환, 노조도 참여해야"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 부처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생산공정에서 직접 뛰는 현장인력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현장인력 양성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폴리텍)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현대자동차 생산현장 출신인 이경훈 폴리텍 운영이사를 14일 인천 부평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에서 만나 기술발전과 산업생태계 변화에 대비한 현장인력 양성 방안에 대해 들었다.

이경훈 | △현대자동차 기술직 근무(1986~2020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2013~2015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울산본부 자문위원(2019년) △학교법인 한국폴리텍 운영이사(2021년 7월~현재). 사진 폴리텍 제공

■현장 출신으로 우리나라 직업훈련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코로나 이후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신기술 발전이 속도를 내면서 인적자원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직업교육도 혁신이 필요하다. 35년 동안 몸담았던 현대차는 1967년 설립 이래 미국 포드, 일본 미쯔비시와의 기술제휴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기술혁신을 통해 '기술 자립도'를 높인 결과다.

폴리텍도 마찬가지다. 폴리텍은 54년 동안 기능인 270만여명을 양성하면서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견인했다. 현재 폴리텍은 기계·산업설비·금형 등 뿌리기술 분야에서 반도체·바이오 등 국가기간·전략산업, AI·핀테크·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술교육을 제공한다. 기술교육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지역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업교육 기관과 기업 사이의 교류가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기업과 교류가 많다는 평가를 받지만 폴리텍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기업과 교육기관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미스매치는 기업과 교육기관, 구직자 모두에게 손해다. 지역 인력수요와 구직자 경력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훈련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는데.

지난 6월 전국 40개 캠퍼스 학장을 비롯해 폴리텍 경영진과 함께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다녀왔다. 폴리텍이 주목하는 5대 중점산업 인재육성 분야 중 하나인 미래모빌리티 산업현장을 방문하고, 신산업 분야 인력양성 확대 전략 수립을 위해서다. 내연 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산업동향을 점검하고 관련 인력양성 확대 방안과 노동전환 지원교육 방안을 논의했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의 지원을 받아 울산캠퍼스 노후건물 5개동의 외벽 도색공사를 진행해 교육환경을 개선했다.

■다른 직업교육기관들과 협력은 어떻게 하나.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유관단체들도 직업교육과 관련해서는 폴리텍과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진보와 함께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직업훈련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활동인구 공급의 변화가 빨라졌다.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폴리텍은 '생애주기 맞춤형 교육과정'을 확대해왔다. 청년뿐 아니라 취업을 희망하는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중장년 재취업을 지원하는 신중년 특화과정, 여성 재취업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은 재직근로자, 중장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중장년층과 경력보유여성 기술교육의 성과는.

2020년 기준, 중장년 재취업과정의 취업률은 53.6%, 여성 재취업과정은 61.9%를 기록했다. 민간훈련기관에 비해 높다. 남녀노소 모든 일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기술교육 플랫폼이 폴리텍이다.

■기술진보, 산업생태계 변화 속도도 빨라지면서 직무 변화에 대비할 직업훈련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은 노동자의 대규모 직무전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많은 노동자가 '예상치 못한, 준비없는' 이직을 맞이할지 모른다.

노조는 직무전환에 대한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권 보장을 위해 사측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정 재배치 교육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야 한다.

■노동전환에서 폴리텍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거대한 일자리 변화에 대비해 '공정한 노동전환'이라는 선제적·종합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직무전환 훈련지원을 통한 고용유지 유도, 전직·재취업 지원 강화, 고용위기 지역의 고용안전 지원, 디지털 실무인재 양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상 폴리텍의 역할이다. 그동안 폴리텍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양질의 기술교육을 통해 '폴리텍에 가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직업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을 자리잡게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학생복지에도 고심하는 것으로 아는데.

폴리텍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학생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확보가 중요하다.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4년간 동결된 학생지원 식비 예산을 2022년 번외 예산으로 확보했다. 2022년 예산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관계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협상력을 발휘한 결과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1년에는 방역 마스크 30만장을 기부받아 학생과 교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

조직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부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 지난 1년간 전국 40개 캠퍼스를 포함해 43개 소속기관 중 38곳을 방문했다. 조직과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우선돼야 한다.

■폴리텍의 노사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신다면.

폴리텍은 경영방침으로 '학교 운영의 3축은 경영·감사·노조'를 명시하고 있다. 경영은 기관, 감사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청렴, 노조는 폴리텍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전략에 공감해 경영자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파트너를 의미한다. 노사가 힘을 모으면 생애전주기 직업교육플랫폼을 만드는 동력이 커진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수렴돼 결과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폴리텍의 노사관계는.

폴리텍 재직자 2450명 중 165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고용부 산하 기관 중에서도 비율이 높은 편이다. 4개의 복수노조가 활동한다. 22년의 역사를 가진 직원노조가 사무직과 운영직(공무직)이 참여하는 다수 노조다.

교원노조 중 한국폴리텍대학 전국교수노조는 2020년 교원노조법 개정에 따라 설립됐다. 직원노조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 외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노조, 전국교수노조 한국폴리텍대학지회가 있다.

복수노조가 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내놓지만 폴리텍은 노사상생 차원에서 소통하며 협력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노사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공공기관의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다. 복수노조의 경우 직렬·규모에 따라 노조 사이에 협상력 차이가 있지만 형평성을 유지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사관계 정책을 펴는 것이다.

노사가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공공기관이자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정부 지침에 대한 실천을 위해 협력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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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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