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런치플레이션(외식물가 급등)에 달라진 점심 풍속도

얇아진 지갑 … 즉석식품으로 한끼 해결

2022-07-26 11:02:38 게재

대형마트·편의점 즉석식품, 유명맛집간편식 인기 … 햄버거 할인행사 시간에 고객 몰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점심값이 급등하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6.7%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서민 외식메뉴인 삼겹살 물가가 7.4% 상승했다. 외식으로 사 먹는 쇠고기는 8.5%, 돼지갈비도 7.9% 가격이 올랐다.

자장면가격은 상반기에만 9.1% 치솟았고, 짬뽕은 8.2%, 탕수육은 6.1% 각각 올랐다. 여름 보양 메뉴인 삼계탕(4.4%)과 냉면(7.6%) 가격도 크게 올랐다. 치킨가격은 8.8%, 피자 가격은 8.4% 각각 상승했으며 김밥(9.1%) 떡볶이(8.0%) 라면(8.6%) 등 분식 가격도 상승했다.
모델들이 25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델리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 달 간 델리 코너 점심 매출이 49% 급증했다고 밝혔다. 사진 홈플러스 제공


외식 물가가 급격히 치솟자 직장인 점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얇아진 지갑에 이른바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과 유명식당 음식을 간편식으로 만든 레스토랑간편식(RMR)에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즉석식품 다양 = 대형마트 즉석식품코너에도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는 직장인으로 고객이 크게 늘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달 간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는 델리 코너의 오전 11시~오후 2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9% 급증했다. 8000원 미만 샐러드부터 샌드위치 초밥 함박스테이크 등 직장인들의 점심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들은 외식을 줄이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이도 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외식을 대체하는 RMR제품 매출이 치솟고 있다. CJ푸드빌 올 상반기 RMR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배(170%) 급증했다. CJ푸드빌은 2019년부터 자사 브랜드인 빕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RMR 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표 메뉴인 '폭립'을 상품화한 후 꾸준히 제품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0개 RMR을 출시해 현재 약 50여개 RMR 상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프레시지와 업무협약에 이어 최근에는 설성식품과 RMR 제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도 상반기 RMR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매출 효자는 경양식 맛집 '구슬함박'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 오리지널과 옐로우 치즈 상품이다. 판매량은 각각 32%, 28% 증가하며 RMR 인기를 견인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에서도 RMR 인기가 확인된다. 이 업체의 올해 상반기 RMR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6%나 뛰었다. 대표 상품은 '강강술래 돼지양념구이'와 '세광양대창구이' 등으로 최근 냉동 간편 카테고리 상품 매출 1~2위를 차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 유명 맛집 음식을 집에서 즐기자는 수요가 늘어 RMR 매출이 늘었다"며 "RMR 상품들은 유명 맛집에서 직접 파는 가격에 비해 최대 50% 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구독 할인행사도 = 가격이 싼 도시락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7월 신메뉴로 선보인 '오븐구이 오리 도시락'이 출시 보름만에 15만개나 팔렸다. 하루에 1만개씩 팔린 셈이다. 한솥도시락 측은 삼계탕 일색의 보양식 사이에서 오리를 주재료로 한 6900원짜리 메뉴를 선보인 전략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GS25의 이달 1∼7일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8% 성장했다. 지난해 7월 도시락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 정도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신장률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편의점 할인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다음달 말까지 할인구독서비스 반값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월 구독료 2000~6000원을 내면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김밥 등 간편먹거리 상품 20개를 한 달 동안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할인구독권은 이마트24 모바일 앱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 도시락은 월 구독료 6000원을 내면 한 달 동안 편의점 도시락 20개를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저렴한 햄버거로 점심 한끼를 때우는 경향도 커졌다. 한국맥도날드 2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특히 점심시간 대(오전 10시 30분~오후 2시) 할인율이 적용되는 맥런치 매출은 같은 기간 12.1% 성장했다. 맘스터치도 2분기 점심시간 대(오전 11시~오후 2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직전 1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29.8% 증가했다. 롯데리아도 점심시간 매출이 50% 가량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직장인 주머니 사정도 얇아졌다"며 "영양보다 가격 중심으로 싼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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