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이 전 세계 LNG 패권 판도 바꾼다"

2022-07-29 00:00:01 게재

러시아 '북극 LNG혁명'에 치명타로 미국이 최대 수혜자, 장기화되면 중국이 최대 수혜 … 공급선 줄어든 아시아 시장도 피해

"전쟁을 시작한 것은 러시아가 맞지만,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왜 이 전쟁이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정한 이유는 LNG전쟁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아니었으면 유럽시장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러시아의 위치가 워낙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노르트 스트림2를 통해 독일로 러시아가스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지만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전쟁이라는 아주 귀한 명분이 만들어져서 그걸 활용한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 백근욱 박사(전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 16일 유튜브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쟁은 액화천연가스(LNG)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숨은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LNG패권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셰일가스혁명 위협한 북극 LNG혁명 =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상반기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EIA는 국제천연가스협회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동안 수출이 2021년 하반기에 비해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른 두 LNG 수출국인 호주와 카타르를 제친 것이다.

EIA는 증가 이유로 천연가스 및 LNG가격 급등과 유럽의 수용 증가를 꼽았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올해 상반기 LNG 수입을 63% 늘렸고, 미국산 LNG의 70% 이상이 EU와 영국으로 갔다. 러시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LNG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보다 최소 30~40% 비싸다.

가격이 크게 비싼데도 미국산 LNG가 유럽 가스시장의 최대 공급자로 부각됐다. 어떻게 이같은 변화가 이뤄진 것일까?

백근욱 박사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전쟁이 LNG패권의 판도를 바꾼다'는 글에서 미국 셰일가스혁명의 실질적 위협은 러시아 '북극 LNG혁명'이라고 지적했다. '북극 LNG혁명'이란 북극해와 가까운 러시아 북쪽 시베리아 야말반도와 기단반도 등에서 엄청난 천연가스가 발견되고, 이에 기반해 대규모로 싼 LNG생산이 가능해 진 것을 말한다.

2017년 12월 러시아는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노바텍이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성공적으로 LNG를 생산했다.

'야말LNG'의 성공은 북부 시베리아 기단반도에서 대규모 LNG개발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였다. 연간 2천만톤의 생산용량과 경쟁력 있는 가격 때문에 기단반도의 LNG는 전세계의, 특히 미국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러시아정부는 LNG수출량을 2035년까지 최대 1억4천만톤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북극 LNG혁명은 유럽시장에서 미국 LNG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것을 미국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유럽에서 러시아 배제는 미국에 큰 기회 = 유럽연합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LNG는 유럽 가스시장에 진출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백 박사는 "미국의 첫 번째 목표는 연 55bcm(bcm=10억 입방미터)의 공급 용량을 가지고 있는 노르트 스트림 파이프라인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노르트 스트림 1, 2와 블루 스트림(연 16bcm) 및 터키 스트림(연 31.5bcm)이 최대치로 가동됐다면 미국은 유럽 가스시장에서 계속 소외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은 유럽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지배적 역할을 해체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전쟁 이전에는 미국 LNG가 유럽 가스시장에서 지배적 역할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일본 등 더 높은 LNG 청구서 = 우크라이나전쟁은 러시아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돌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 양쪽 시장에 가스를 판매하던 것에서, 유럽시장이 막혔기 때문에 아시아로 타깃시장을 고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 됐다.

중국은 2021년 7900만톤의 LNG를 수입해 세계 최대의 수입국이 됐다. 전 세계 LNG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양이다. LNG 외에 다른 가스를 수입하는 방법이 없는 일본, 한국과 달리 중국은 국내 가스생산, LNG 및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3가지 주요 가스 공급루트가 있다.

2021년 중국에 가장 많이 LNG를 수출한 나라는 호주로 2970만톤을 수출했다. 이어 중국은 카타르, 러시아, 미국으로부터 각각 920만톤, 470만톤, 900만톤의 LNG를 수입했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이런 LNG 공급구조는 유럽연합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점차 줄이고 비러시아산 LNG수입을 극대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등과 같은 아시아의 LNG바이어들은 향후 몇 년동안 LNG 공급물량을 놓고 유럽연합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백 박사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매우 안정적인 LNG의 판매자시장이 형성됐고, 아시아의 LNG 구매자들은 앞으로 추가적인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금액 걸린 LNG 패권전쟁 = 그는 글로벌 LNG 패권을 위한 전쟁에는 천문학적 금액이 걸려있다며 우크라이나전쟁의 핵심 요점을 다섯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했고 중대한 실수로 인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나토(NATO)에 가입시키기 위한 미국과 NATO의 행동이 러시아의 잘못된 결정을 촉발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와 LNG가 유럽연합으로 수출길이 차단되면서 미국 LNG 생산업체가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셋째,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스윙 가스공급국'이 되려는 오랜 꿈을 빼앗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과 EU 그리고 NATO의 희망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의 가스 및 석유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넷째,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전례 없는 제재와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하기로 한 유럽연합의 과감한 결정은 러시아의 북극 육상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LNG 혁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가 아시아로 정책의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다.

다섯째, 단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미국 LNG 사업체가 전쟁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시아 LNG 바이어들은 확실히 더 높은 LNG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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