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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게 된 AI

2022-08-02 11:42:20 게재
최준석 언론인·과학작가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단백질의 3차원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를 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자들은 자기들끼리 누가 잘 하나를 자존심을 걸고 겨룬다. 석 교수 그룹은 CASP(Critical Assessment of techniques for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단백질구조예측을 위한 중요 방법 평가)라는 대회에 나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그랬다. CASP는 1994년부터 열렸다.

2018년 한팀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1등을 했다. 어디 팀인가 했더니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팀이었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영국 기업 딥마인드는 그후 3차원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로 진출했다. 그리고 알파폴드를 만들어 2년 만에 이 분야의 9단들을 이겼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 중요한 건 구조가 기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기본물질이다. 세포가 핵에 있는 유전자를 갖고 만들어내는 게 단백질이다. 유전자는 특정한 단백질 생산을 위한 틀이다. 단백질이 잘 만들어지고 적당량이 만들어지느냐가 생명활동에 가장 기본이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AI 학습 속도

지난달 건강보험관리공단은 25억원짜리 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켰다.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가 만든 졸겐스마라는 유전자치료제다.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아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마침내 목숨을 잃게 하는 병이 있다. 척수성 근위축성(SMA)라고 하는 것으로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필요한 만큼 생산하지 못해서 일어난다. 그 특정 단백질 이름은 생존운동신경세포(SMN)다.

SMN유전자는 SMN1, SMN2 등 두 종류가 있다. SMA는 SMN1유전자가 고장나서 일어나는 병이다. SMN1유전자는 세포에 필요한 SMN단백질의 90%를 공급하는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SMN단백질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면 운동신경세포가 퇴화한다.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졸겐스마는 몸에 들어가면 SMN1유전자를 대신해 SMN단백질을 생산해낸다. 그러면 죽어가는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 주사 한방이면 치료가 되는 기적과 같은 약이 졸겐스마이다.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려는 노력은 생물학의 발견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DNA라는 분자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걸 1953년에 알아낸 바 있다. 이들이 도움을 받은 방법이 엑스선 촬영이다. 엑스선으로 찍은 걸 보면 3차원 분자 구조가 어떤지 판독할 수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롭게 나온 방법 세가지가 노벨상을 받은 데에서도 확인된다. 1962년 엑스선 결정학, 2002년 핵자기공명 분광학, 2017년 저온전자현미경 발명가들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알파폴드는 그런 인간의 오랜 경험과 능력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한다. 진화를 계속하고 있어, 최상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2021년의 과학 성과에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소식은 알파폴드가 자연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알아냈다는 거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7월 28일자 온라인 보도에서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알려진 단백질의 모양을 예측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제 생명과학자는 뭘 할 것인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단백질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는 한 연구자의 말이 떠오른다.

의사보다 AI 엔지니어가 많은 병원도

AI는 세상을 정말 바꾸고 있다. 세상과 폭넓게 접촉하지 않은 필자가 봐도 그렇다. 서울대학교병원을 한번 보자. 의학자들이 내놓은 성과들에는 AI가 다수 출현한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무릎 관절염 진행속도와 예후 예측, 웨어러블 IT심전도 측정기, 소아희귀병 진단 AI, 스마트폰으로 수면을 분석하는 AI, AI기반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 플랫폼, 관절염 환자의 근감소증 예측 알고리듬. 흉부X선 인공지능진단시스템….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다.

어떤 대형병원에는 의사수보다 AI를 연구하는 엔지니어가 더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AI가 병원과 진료 행위를 깡그리 바꾸고 있는 것이다. 뿐만 인가? AI를 활용하지 않는 학문 분야가 없다. 그리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ㅤ쫓아가기에 숨이 차다. 놀라운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는 달려가고 있다.

최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