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다섯살배기 중기부가 지금 해야 할 일

2022-08-03 10:55:14 게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지 5년이 됐다. 중기부는 1960년 7월 상공부 공업국의 중소기업과로 출발했다. 1996년 2월 중소기업청으로 격상된 후 21년을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으로 있다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26일 중앙행정부처로 승격됐다.

5년 간 중기부 외형은 매우 커졌다. 올해 예산은 18조8412억원으로 2017년 8조5366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벤처붐이 일면서 신규 벤처투자액은 2017년 2조4000억원에서 2021년 7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 1032억달러에 머물던 중소기업 수출도 지난해 1171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몸집이 커진 만큼 지위와 역할, 역량도 성장했을까. 아쉽게도 부정적 평가가 더 많다. 오죽하면 윤석열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중기부 해체론'이 나왔을까.

중기부가 부여받은 핵심 역할은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현재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중소기업지원 사업수는 1700여개에 이른다. 중기부가 정부부처와 지자체를 설득하는 힘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설득의 힘은 '생활의 모범'에서 나온다. 중소·벤처기업 정책 설계부터 운영, 그리고 정책효과까지 중기부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중기부는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 고객인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업계는 물론 정부부처와도 멀어졌다.

산하기관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장관이 앞장서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힘을 앞세운 결과다.

중소기업정책 설계나 운영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3년에 3만개 구축 목표 채우기에 급급했다. CEO 의지, 공장 적합성, 운영능력 등을 점검하지 않고 나눠줬다.

특히 가장 중요한 직원 역량강화도 외면했다. 정책기획 정무 등 개인능력을 키우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타 부처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거나 너무 빠른 발탁 인사는 오히려 내부역량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기업 단체의 반대에도 상근부회장에 장관 지인이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채웠다. 반면 본부와 산하기관간 업무조정, 지방분권에 맞는 지방청 역할, 컨트롤타워 기능을 위한 거버넌스 정비 등 중기부 미래를 위한 체제정비는 진척이 없다.

중기부는 이제 5살이다. 앞으로 성장을 위해 지난 5년을 냉철히 뒤돌아 봤으면 한다. 더 이상 '중기부 무용론'이 나오게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전체 고용의 81%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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