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동규 한국장애인개발원 대리
"장애정책담당의 인식 개선이 먼저다"
'장애인식개선'이 주요 업무인 최동규 한국장애인개발원 대리. 그는 2008년 체육대 학생으로 운동하다가 사고를 겪고 장애가 생겼으며, 그해 12월 지체장애인(척수손상)으로 등록했다. 최 대리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법정의무교육인 '장애인식개선교육'의 정보시스템을 관리하고 교육콘텐츠 개발 및 교안제작 등 장애인식개선팀 업무를 지원한다.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 있는 장애인개발원에서 만난 최 대리는 "모든 장애 관련 사업이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중요하다"며 "국회 정부 지자체 복지시설 교육·의료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관련자들이 먼저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권익이나 차별 편견 인식개선을 위해 시급히 도입할 부분이 있다면.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다소 낯선 존재로서 인식한다. 거리를 다니다보면 아이들의 눈은 정말 솔직하단 것을 느낀다. 저를 뚫어져라 본다. 그때 부모의 반응이나 태도가 그 아이의 장애인식을 판가름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직접 볼 기회가 생각보다 적다. 모든 기관이나 미디어매체에서 장애인의 부정적인 모습보다 일상적이고 다양한 모습들을 자주 노출하는 게 필요하다. 요즘 외국인들이 우리 주변이 흔히 보이니 그들을 보더라고 긴장하거나 하지 않는 것과 같게 될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파장을 보자. 정책적으로 드라마나 영화 홍보물에 장애인이 자주 등장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면 흔히 느껴지는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인식들이 줄어들 것이다.
■장애 발생 직후 어려움은.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국내 의료체계는 신체적 재활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상생활 복귀가 더딜 수 밖에 없다. 운동을 좋아했던 청년으로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좌절과 우울함에 힘들었다. 다행히 '학교에 일단 복귀하자'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고 노력했기에 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의 정신적 도움이 있었다.
■장애인 차별 대우나 왜곡된 인식 경험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한 경우가 있다. 동행자가 택시를 세우고 저를 데리려 인도에 올라가는 순간 택시는 가버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르신들이 "젊은 나이에 어쩌다 휠체어를 타게 됐냐"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런 말은 위로나 격려가 되지 않는다. 그 저변에는 장애가 안쓰러운 것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는 셈이다.
■비장애인만 인식개선이 필요한가.
보통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라고 교육을 전국적으로 진행한다. 당사자 본인도 변해야 한다. 막연한 피해의식이나 무엇을 하지 못 할 것이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단정하지 말자. 사회로 나와 잘못된 인식과 행태를 바꿔나가는데 활동을 해야 한다. 당사자가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더디게 변한다.
최 대리는 2008년 장애인이 된 후를 돌아보면 한국 사회는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최 대리는 "우리 국민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언제나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변화하는 쪽으로 나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사회는 학벌 외모 경제 수준 등 특정가치를 서열화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있어 갈등이 이어진다"며 "자신이 존중받고 싶으면 자기와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