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연찬회 카드'로 커지는 원심력 막을 수 있을까

2022-08-26 10:49:57 게재

여당 연찬회 이례적 참석 … 당정 일체감 높이려 여권 총출동

지지율 하락·이준석 사태 의식 … '여성 비하' 강연으로 얼룩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연찬회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정지지도 하락과 이준석 사태로 인해 여권내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여권 전반에서 약해져가는 '윤심'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성동 원내대표 안내받는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내각·대통령실 대거 참석 = 윤 대통령은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 뿐 아니라 국무위원 16명과 차관 23명, 외청장 24명도 함께 했다. 대통령실도 주요 수석과 비서관이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정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여권인사들을 한자리에 전부 모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우리 이런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다 해소가 되고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일체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여권내에서 커지는 원심력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검찰 출신과 윤핵관만을 앞세워 국정을 이끌어간데다, 이준석 사태 등 잦은 자충수로 국정지지도가 추락하면서 원심력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말 또는 내년초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윤심'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연찬회 참석을 결행했다는 진단이다. 윤 대통령이 연찬회 참석 카드만으로 커지는 원심력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 출신과 윤핵관만을 앞세운 '우리끼리 국정'에 따른 소외감과 국정지지도 부진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구심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다.


◆이준석 "외모 평가에 의원들 박수"
= 윤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빛나야할 이날 연찬회는 외부강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얼룩졌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의 남편 이지성 작가는 "많은 국민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국민의힘에는 젊음의 이미지, 여성의 이미지 두가지가 부족하다(였다)"며 "정말 죄송합니다만 보수정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할아버지 이미지"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아내에게 그랬다. 국민의힘에 좀 젊음의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당신이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배현진씨도 있고 나경원씨도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의 발언에 거론된 나 전 의원은 "이 작가의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 운운하는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다. 그런 언급과 접근이 바로 우리 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며 "(이 작가의) 발언은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아름다운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한 것,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 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6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외모를 평가하는 거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강연자가 모르는 것도 그렇지만 그 자리에 있던 의원들도 웃으며 박수친 거 아니냐. 그게 딱 당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아마 연찬회를 통해 (국민의힘이) 통제 안되는 집단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연찬회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술자리 영상으로 또한번 논란을 빚었다. 김동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26일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가 술자리에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이날 연찬회는 '술 없는 연찬회'를 표방했다. 김 부대변인은 "미친겁니까? 이러니 지지율이 뚝뚝. 정신 차립시다. 이 당은 미래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26일 "연찬회에는 100여명의 기자가 취재를 왔고 4개 장소로 나눠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다수 기자가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참석을 요청해 취재온 기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것이다. 그 와중에 기자들이 권 원내대표에게 격려 차원에서 노래해줄 것을 권유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거절할 수 없어 응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정치공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시점 논의 = 국민의힘은 26일 연찬회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분임토의 결과를 발표한 뒤 자유토론을 통해 이준석 사태와 전당대회 시점 등을 논의했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전환을 겨냥해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비대위의 운명이 좌우된다.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는 올해말과 내년초로 의견이 갈린다.

연찬회는 결의문 채택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당내 혼란에 대해 반성하고, 민생정당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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