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 퇴직공무원 "퇴직금 환수 부당"
2022-09-05 11:08:31 게재
민간업체 이직 후 뇌물 제공
법원 "퇴직 후 범죄" 해당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이중영 부장판사)는 전직 고위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해 온 A씨는 광역자치단체에 근무하던 2012년 민간업체 대표인 B씨의 제안을 받고 부이사관(3급)으로 명예퇴직 했다.
몇달 뒤 A씨는 B씨 회사 부회장으로 일하며 알고 지내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로비에 나섰다.
그는 "나만 혼자 잘먹고 잘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하고 같이 살자고 하는 것이다. 상급자들에게도 모두 인사를 했다"며 청탁 명목으로 알고 지내던 공무원에게 현금 500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B씨 회사의 특허공법이 반영되도록 했다. 특허공법이 반영되면 공사비가 상승된다. A씨가 꼬리가 잡힌 것은 시간이 꽤 흘러서다.
A씨는 2018년 1월 알선수재와 뇌물공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A씨는 항소와 상고를 모두 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10달 뒤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A씨가 5년간 급여와 상여금, 공무원 상대 로비 자금 명목으로 수령한 돈은 3억1000만원 가량 됐다.
A씨의 유죄 확정 판결을 알게 된 공무원연금공단은 2021년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며 지급된 퇴직수당 및 퇴직 연금 6700만원을 환수했으며, 퇴직연금도 절반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범죄가 퇴직한 뒤에 이뤄진 점을 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이 주목한 것은 A씨가 재직 중 B씨의 영입제안을 수락한 데 있다. 형사사건 판결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언급됐다.
이에 A씨는 뇌물공여죄는 공직에서 퇴임한 뒤인 2014년경 뇌물을 줘 성립한 범죄라는 점과 알선수재죄 역시 퇴임 이후인 2012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일어난 범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퇴직 직전 구체적인 알선을 청탁받았다거나 대가로 금품 제공 약속을 받았는지에 대해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영입제안을 승낙했다는 것만으로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뇌물공여죄의 경우 2014년 1월에 범한 것이 명확하다"며 "공무원 재직중 이미 알선수재죄를 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공무원 재직 중 부당한 제안을 받고 이직을 한 데 주목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사건은 서울고법 행정10부에 배당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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