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재정건전성 강화 → 양극화 촉발"

2022-09-15 11:06:53 게재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나왔다. 부자감세와 재정건전성 강화(긴축)가 결합되면 재정의 재분배기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쉽게 말하면 '빈익빈부익부'만 키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특히 상당기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양극화가 더 커지면 계층·사회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 학자들이 모인 '포용재정포럼'은 윤석열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나라살림연구소·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공동 주최한다.

앞서 공개된 발표문을 보면 정부 세재개편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부자감세를 유지한 채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면 재정의 재분배기능이 약화되고 △그동안 진전된 자산소득 과세체계를 후퇴시키고 △부동산 세제개편은 무주택 서민들이 투기꾼이 보유한 주택 가격을 떠받치게 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분배구조 악화 우려 =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토론 발제문을 통해 소득·법인세제 개편을 문제 삼았다. 강 교수는 "소득세 과세표준과 근로소득세액공제 조정, 식비 비과세 인상의 감세효과는 저소득층보다 중상위소득 계층에 집중되어 분배구조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25→22%) 방침은 "투자·고용 효과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 위주의 감세는 양극화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누진적 보편증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시작점을 낮추고, 전 소득 구간에서 적정 수준으로 세율을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소득세 공제는 저출산·고령화, 공적 이전소득과 현물급여의 확대 등을 고려하면서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가상자산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하며, 입법 목적이 달성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기한 연장이나 한도 확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의견도 냈다.

법인세의 경우, 세율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로 유지하는 대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또 법인세 공제·감면 중 최저한세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항목을 줄이고, 과표 3000억원 초과액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안도 제안했다.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에 대해선 "제도의 정책 목표가 불명확하고, 정책 대상자가 광범위하며 재정사업과 유사 중복의 문제가 있다"며 투자와 고용 효과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흔들리는 자산소득 과세 기조 =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회계사)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도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홍 위원장은 "2020년 도입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과세대상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세법개정이었다"고 전제했다. 이 조치로 상장주식, 채권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금융자산의 양도소득은 예외 없이 과세대상 소득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기본공제(5000만원)를 인정하는 부분은 과도하며, 누진도는 강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꼽았다.

올해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자산소득 과세와 관련해서 진전된 것을 모두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거나,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대상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려 과세대상을 확 줄인 점을 '과세체계의 후퇴'로 봤다. 또 과세대상이었던 대주주에 대한 과세조건을 까다롭게 한 점과 과도한 기본공제로 대주주 세부담이 오히려 감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품' 조장 우려 = 유호림 강남대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에 대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 자산가에 대한 '이익보전'을 위한 조세감면"이라고 꼬집었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의 조세 지원이나 이익보장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의 정책지원과 비용보조가 더 절실하다는 게 유 교수 주장이다.

유 교수는 " 부동산세제의 후퇴는 생산적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선량한 국민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일으키게 될 것이며,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합부동산세·임대소득세·양도소득세는 '편익과세원칙'과 '응능과세 원칙'을 구현하도록 재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종부세는 과세방식이 '보유주택 가액' 기준으로 전환되면 지방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은 현 6억원(1주택자 11억원)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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