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공공도서관 ㅣdlr 렉시콘도서관

환경 고려 '녹색도서관' 지역 랜드마크로 우뚝

2022-09-29 11:39:06 게재

도시재생 통해 문화예술 허브로 거듭나 … "혁신적 서비스 제공·지역의 문화적 기억 저장소 역할 계속"

7월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인근 던 리어리에 위치한 dlr 렉시콘도서관(dlr LexIcon Library, 렉시콘도서관)에서 '2022 더블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주요 행사 중 하나인 '문화의 밤'이 열렸다. 렉시콘도서관은 이날 간단한 먹을거리와 와인은 물론, 전문 연주자의 하프 연주, 야외 아일랜드 전통 공연과 스포츠 체험 등을 다채롭게 준비해 멀리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환대했다.

아일랜드 던 리어리에 위치한 dlr 렉시콘도서관에서 '2022 더블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행사 중 하나인 '문화의 밤'이 열렸다.


렉시콘도서관은 해안가 모란공원 안에 위치해 커다란 창으로 탁 트인 아일랜드 바다(Irish sea)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뱃머리 모양의 압도적이고 웅장한 외관, 높은 층고에 채광을 극대화한 공간,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 도서관 안에 위치한 갤러리 극장 메이커공간 카페 등은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dlr 렉시콘도서관에서 '2022 더블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행사 중 하나인 '문화의 밤'이 열렸다. 전세계에서 모인 도서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도서관, 소셜 네트워크 형성" = 렉시콘도서관은 도시재생을 통해 탄생했다. 렉시콘도서관이 건립되기 이전에 모란공원은 낙후돼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뜸했다. 또 지역의 낡은 도서관은 현대적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렉시콘도서관은 경기 침체기에 3600만유로(약 500억원)가 투자돼 2015년 개관했다. 건립 추진 당시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개관 이후에는 다양한 서비스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랜드마크이자 문화예술 허브로 자리할 수 있었다. 이는 렉시콘도서관이 도서관 목표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지역사회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to connect and empower people, inspire ideas and support community potential)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해왔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기에 과감하게 도서관을 건립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공연을 감상하며 때론 다양한 자료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게 됐다. 도서관 2개 층에서 바로 연결되는, 새로 조성된 모란공원을 거닐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7월 기준 렉시콘도서관의 소장자료는 13만점 이상이며 하루 평균 이용자는 1700여명에 이른다.

dlr 렉시콘도서관에 전시된 치매 환자들을 위한 설치미술 작품 '치유갤러리(The Growing Galley)'.


캐서린 갤러거(Catherine Gallagher) 렉시콘도서관 관장은 "렉시콘도서관은 지역의 오래된 도서관을 대신해 건립됐다"면서 "지역사회의 현재와 미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대적 도서관, 인기있는 해안가 지역과 마을 꼭대기에 있는 쇼핑거리를 연결하고 지역을 더 안전하게 하는 랜드마크 건물을 짓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렉시콘도서관의 비전은 진보적 역동적이며 매력있고 포용적이면서 접근이 쉬운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가 서로 협업하고 창조하며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도서관이라는 소셜 공간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는 기존 소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배려 '큰글자책' 많아 = 렉시콘도서관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건축 관련 상을 수차례 수상하는 등 건축으로 잘 알려졌다. 처음 지역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웅장하며 세련된 건물을 보고 해안가에서 자연스럽게 도서관 쪽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한다.

또 렉시콘도서관은 건축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고려한 '녹색 도서관'이다. 사방에 큰 창을 내고 유리로 지붕을 만드는 등 햇빛을 가능한 많이 받아들이도록 설계했다.

아일랜드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때에도 채광을 확보하도록 한 것은 물론, 단열공법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또 내부 전체에 걸쳐 건물의 콘트리트 외벽은 노출했으나 소음 차단 기능이 포함된 목재를 가구와 바닥재로 사용해 소음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내부 공간의 경우, 전반적으로 서가의 높이가 낮은 것이 눈에 띄었다. 자료실 가운데 배치된 서가들은 일반자료실과 어린이실 모두 3단으로 낮았다.

어린이실은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을 위한 읽기 프로그램인 '서머 스타즈'(Summer Stars)를 홍보 중이었다. 이는 아일랜드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그림책시간(storytime)은 물론, 다양한 독후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일랜드는 상대적으로 여름방학이 길어 공공도서관들은 어린이들의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울러 렉시콘도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교 수업 자료 지원을 위한 교사용 특별 대출 △학교에서 여는 '작가와의 만남' △학습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자료 지원 등이다.

고령층들을 배려해 큰글자책이 상당수 비치된 것도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발간한 잡지가 비치돼 있었다. 잡지에는 건강에 관련한 내용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북클럽에 참여하는 법, 디지털 기기 활용법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1800~1900년대 고서 = 렉시콘도서관은 지역의 책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는 지역컬렉션(Local Studies Collection)의 규모가 상당했다. 지역컬렉션과 아일랜드 저자 컬렉션(Irish Author Collection)은 5층 대부분을 활용했다. 이곳에는 1800~1900년대 아일랜드 작가들의 고서는 물론, 지도, 도서관과 관련된 사료 등이 갖춰져 있었다. 귀한 자료들의 경우 전시돼 있었으며 온라인 아카이빙도 진행했다.

또 지역컬렉션이 마련된 5층에는 사서들이 전문적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구획해놓았다. 공공도서관의 역사가 긴 유럽답게 벽면에는 1900년 지역 공공도서관 승인에 관한 현판이 걸려있었고 1900년대 한 공공도서관이 벽에 걸어두고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서관 이용 규칙'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역작가 등 지역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이 마련됐다. 또 사서들은 던 리어리 지역 기사, 책, 웹사이트 등을 선정해 온라인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사서들은 지역에 관한 책들을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 역사책 10권을 선정, 추천하기도 했다. 해당 역사책들은 모두 렉시콘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치매 환자·가족 대상 전시·투어 =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들도 흥미로웠다. 스튜디오 극장은 그 중 하나로 관람석 125석을 갖추고 있었다. 좌석은 고정형이 아니라 가변형으로 돼 있어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이날은 아일랜드의 문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Ulysses)' 출간 100주년을 맞아 지역 배우들과 음악인들이 관련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아울러 렉시콘도서관 내에는 △던 리어리 시립미술관 △'갤러리와 프로젝트룸'(Galley and Project room) 등 크고 작은 갤러리가 다양하게 조성됐다.

이날 여러 갤러리에서는 치매환자들을 위한 종합 전시 '대화컬렉션(A Collection of Conversation)'이 열렸다. 큰글자책과 고령층 대상 잡지에 이어 고령층을 배려하는 또 하나의 콘텐츠였다. 그림뿐 아니라 설치미술 '치유갤러리(The Growing Galley)'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을 통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작품이었다.

6~8월에는 1달에 1차례씩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갤러리 투어'가 열렸다. 치매환자 가족들이 치매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들을 전문가와 함께 관람하고 소감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을 잘 보여줬다.

캐서린 갤러거 렉시콘도서관 관장은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해 "현재와 미래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혁신적이며 대응이 신속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면서 "또한 지금처럼 지역사회·문화의 허브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들의 중심이자 지역의 문화적 기억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람이 있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도서관을 '자신의 공간'이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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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던 리어리 =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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