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방안

"공공병원 강화해 지역의료 책임 맡겨야"

2022-09-30 11:19:52 게재

"민간병원, 코로나 최소 병상 내놓고 수익 챙겨" … 공공정책수가, 병원·인력확보 없인 허구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양상은 650만명 가량의 사망자를 발생한 가운데 하향세로 잦아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백신과 치료제 등을 확보한 가운데 중증환자 발생 증가를 막고 고위험 환자군을 집중관리함으로써 보건의료역량 안에서 통제 가능한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시기(사실상 종식)가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국내 공공의료의 부실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종식이 되지 않은 가운데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지역 필수의료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19 중증환자나 일상적 응급환자 등을 처치하기 어려운 공공병원의 자체 진료역량은 한국 보건의료정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공공의료 강화방안을 소개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의료기관인 일산병원은 공공병원이자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적정진료로 지역민 이용과 만족도가 높다. 사진 일산병원 제공


윤석열정부는 이전 정부과 달리 보건의료정책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내세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영등포을)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복지부1차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의료라는 표현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계획과 관련 "필수의료는 공공의료기관이 제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필수의료는 '응급의료와 분만처럼 생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거나 수요가 없어서 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격차로 발생하는 응급-뇌혈관질환-분만진료 사각지대라는 오랜 과제와 관련돼있다.

김 의원은 "현재의 필수의료 강화론은 문재인정부에서 틀이 잡혀가고 있던 공공병원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8일 "윤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공공병원 확대나 추가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공공의료 방기 국정과제"라며 "공공병원 확충과 인력 확보가 없는 보건의료정책 추진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은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역할을 했다. 사진 일산병원 제공


◆코로나 유행으로 드러난 공공의료 부실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격리 입원하면서 응급상황에 빠진 중증환자들은 민간대형병원으로 이송시켜야 했다. 중증환자를 진료처치할 역량이 갖춰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 게재된 '코로나19가 보여 준 공공보건의료의 현실과 과제' 보고서에서 "전문적인 중환자 진료 능력(인력 시설 장비)을 거의 보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은 자신들의 기관을 단순 격리시설로 제공한 채 하염없이 소진됐다"고 밝혔다.

주 원장에 따르면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눴을 때 급성기 진료가 가능한 지방의료원(35개)이나 적십자병원(6개) 등과 같은 공공병원이 없는 진료권은 상당하다. 응급의료나 분만과 같은 공공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필수의료서비스의 분포가 불균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중요한 문제이다.

주 원장은 보고서에서 "대다수 민간의료기관들은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조차 최소한의 병상 자원만을 내놓은 채 염치없는 평판과 과도한 수익을 챙겨왔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유행은 공공보건의료가 없을 때 사회적 위기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다. 지금이 공공의료기관 기능을 자체 완결적 진료 능력을 장착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지역 사망률·건강 격차 해소해야 = 정부는 보건의료분야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의료 국가 보장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설 장비 인력 등 인프라에 대한 직접적인 투입을 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나온다.

임 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 실은 '공공보건의료 강화 방안'보고서에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설립한 공공병원이 우수한 역량을 발휘해 민간의료기관을 이끌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진하고자는 정책 방향이 온전히 실현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어 "코로나19의 경우 중환자 병상 운영에서 공공병원의 비중이 매우 낮아 대학병원 등과 같은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공공병원 확충은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2019년 12월 기준 국내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5.5%이고 병상수 비율은 9.6%로 매우 취약하다. 이런 의료환경은 수익성이 나는 보건의료서비스는 과잉 공급되고 응급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수의료서비스는 과소 공급되는 불균형을 낳았다. 그 불균형으로 타격을 받은 곳은 지역이다.

2018년 기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인 울산과 가장 낮은 서울을 비교하면 인구 10만명당 72명의 차이가 난다. 울산인구를 100만명이라 가정하면 서울 정도의 건강수준을 유지하지 못해 연간 720명이 더 사망하는 셈이다. 치료가능사망률을 비교해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강원과 가장 낮은 서울이 인구 10만명당 8.8명의 차이가 난다. 강원 인구를 150만명으로 가정한다면 서울보다 연간 132명이 더 사망하는 셈이다.

지역 격차를 비교해보면 건강 결과가 가장 좋은 중진료권은 서울 서초·강남·송파 동남진료권이고 가장 좋지 않은 중진료권은 울산 중구와 울주군이 포함된 울산 서남 중진료권이다. 울산 서남중진료권은 서울동남진료권에 비해 심혈관사망비가 1.65배, 뇌혈관사망비는 1.59배, 입원사망비는 1.34배 높다.

◆중진료권에 공공병원 배치 필수 = 임 교수는 윤정부 시기에 적극 고려할 사항으로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거론했다. 우선 공공병원이든 민간의료기관이든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해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공공정책수가를 제공함으로써 필수의료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역 필수의료를 주도할 수 있고 정책적 책임성을 강하게 주문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70개 중진료권에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료권 안에서 공공병원이 없으면서 책임의료기관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민간병원도 없는 19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신축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공공병원은 300∼500병상 이상으로 증축 또는 이전 신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8일 "공공정책수가만 도입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공공병원 확충과 인력 확보,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의 연계 등이 맞물려 진행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