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공공도서관 | 로칼도서관
옛 철도 정비창이 '도시의 거실' 공공도서관으로
기존 골조·열차바퀴·트랙 등 고스란히 살려 현대적 구조와 독특한 조화 … 주민들과 지역 미래에 대해 소통
네덜란드 남부 노르트브라반트주 틸뷔르흐에 있는 로칼도서관(LocHal Public Library)은 틸뷔르흐 기차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틸뷔르흐는 20세기 초반 공업도시로 성장해 철도산업 등 운송과 물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로칼도서관은 이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살려 옛 철도 정비창 건물을 공공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2019년 개관했다. 도시재생을 통한 공공도서관 건립의 주된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도시의 거실'(The living room of the city)로 불린다.
◆'철과 땀' 후대에 알린다 = 로칼도서관에 들어서자 18m에 달하는 높이의 압도적 규모를 지닌 개방형 공간(public place)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들이 전체적으로 유리로 구성돼 내부에는 밝은 햇살이 쏟아져들어왔다.
로칼도서관 내부에는 많은 강철 골조와 기둥들이 드러나 있었다. 옛 철도 정비창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각 기둥에는 나무 책상과 조명이 배치돼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1층 개방형 공간의 열람실에서는 옛 철도 정비 건물에서 사용했던 열차 바퀴를 이용해 제작한 책상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현대적 내부 구조와 독특한 조화를 이뤘다.
펨케 히엘(Femke Hiel) 로칼도서관 코디네이터는 "철도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20세기 말에 이 지역에서 이전했다"면서 "틸뷔르흐는 이 지역이 유령도시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텅 빈 건축물을 사회에서 가장 포용적 공간 중 하나인 공공도서관으로 전환했다. 우리는 이 지역이 지녔던 '철과 땀'에 대해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후대를 위해 보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공공생활 중 하나가 됐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다음 시대의 도시 발전에 대해 정의할 수 있게 됐다"면서 "대중교통의 중심에 위치하며 안이 들여다보이는 도서관 건물은 지역을 위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매력적인 허브"라고 강조했다.
1층 건물 중앙의 개방형 공간에는 넓은 열람실과 서가가 들어섰고 바로 옆에는 카페가 위치했다. 열람실과 서가는 이동형으로 제작돼 다양한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공연을 올리거나 다양한 행사를 열기에도 적합하다.
◆대형 직물 커튼 활용, 가변형 공간 = 또 옛 열차 바퀴를 그대로 살려 제작한 책상들은 당시 사용하던 열차 트랙 위에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지금도 활용됐는데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책상을 이동해야 할 때 트랙에 책상의 열차 바퀴를 굴려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로칼도서관은 여러개의 책상들을 이동시켜 하나로 모아 큰 무대나 관람석으로 활용한다. 또 책상들은 열차 트랙을 따라 건물 밖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넓은 책상 위를 야외에서 공연 무대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공간에는 독특하게 대형 직물 커튼 여러 장이 설치돼있었다. 천장에서부터 아래까지 드리워지는 대형 직물 커튼은 총 6장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커튼은 가로 50m, 높이 15m에 이르렀다. 대형 직물 커튼들은 1950년대 이후 40여년 동안 섬유산업을 이끌었던 틸뷔르흐를 기억하는 유산이기도 하다.
로칼도서관은 대형 직물 커튼들을 활용해 다양한 규모의 행사를 열 때 공간을 구획한다. 커튼들은 원격조정이 가능해 간편하게 자유자재로 위치를 변경해 크고 작은 공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커튼의 경우 건물 중앙에 있는 카페를 하나의 공간으로 구획할 수 있다. 평소엔 커튼을 치지 않기 때문에 1층 개방형 공간은 정면 유리 외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충분히 받는다.
1층 개방형 공간의 반대편으로는 개방형의 계단식 공간이 위치했다. 이 공간은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불린다. 이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계단에는 의자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재들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놓여 있었다. 이용자들은 여기에 놓인 다양한 목재들을 활용해 의자로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건물 중앙에서 공연을 올릴 경우 관객들은 이 공간에서 공연을 관람한다. 계단식 공간은 수백명의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이용자와 지식 상호작용 촉진" = 로칼도서관은 전체적으로 개방된 구조로 어린이실도 벽으로 구획돼있지 않았다. 대신 어린이실에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모양의 가구들이 배치돼 누가 보더라도 어린이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거대한 책들 사이를 걷고 펼쳐져 있는 책 모양의 거대한 가구에 누울 수 있다. 핸드폰 모양의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색연필과 자 모양의 책장에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트램펄린에서 뛰어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로칼도서관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구획된 공간들도 공존했다. △미래랩(FutureLab) △시간랩(TijdLab) △디지털랩(DigiLab) △게임랩(GameLab) △음식랩(FoodLab)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 장서들을 전시하는 랩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래랩은 지역 주민들이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지역에 대해 토론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지역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설계하고 수행한다. 시간랩은 틸뷔르흐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역 관련 장서뿐 아니라 관련 물건 사진 영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랩에서는 새로운 미디어와 최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과 비디오를 편집하고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며 가상현실(VR)을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랩에서는 롤플레잉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신나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또 음식랩은 지역 주민은 물론 음식과 관련한 기업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1층 개방형 공간에 위치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음식'이라는 주제로 소통하는 데 기여했다.
펨케 히엘(Femke Hiel) 로칼도서관 코디네이터는 "로칼도서관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용자와 지식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서 "다양한 랩 등 건물의 내부 구조는 이용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의미 있는 만남들이 이뤄지도록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