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선택과목 늘어난다

2022-10-19 11:00:20 게재

새 과목 체계에 대한 현장 반응 … "학생 선택권 보장하려면 '수능 절대평가' 현실화돼야"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앞으로 도입될 고교학점제의 기반이 된다. 총론은 미래 세대의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기초 소양 강화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 탐구 역량 강화를 위한 교과 재구조화 등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연구진이 마련한 각 교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를 열었다. 올 하반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되면 2025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적용된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맞는 대입 제도 개편안을 2024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수능 시험 과목과 출제 범위, 수능과 대입 전형 체계 등이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주요 사안이다. 현장 교사들은 수능 절대평가가 현실화돼야 새 과목 체계가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변화가 큰 수학·과학 교과와 신설되는 정보 교과를 중심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과목 체계를 살펴보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공통 과목은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함양하기 위한 과목으로 학생 수준에 따른 대체 이수 과목을 포함한다. 선택 과목은 일반선택 과목, 진로선택 과목, 융합선택 과목으로 나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수학과 과목 체계(표)는 우선 공통 과목으로 '공통수학1·2'와 '기본수학1·2'가 제시됐다. 선택 과목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행 교육과정의 '미적분'이 '미적분Ⅰ'과 '미적분Ⅱ'로 분리됐다는 점이다. 이어 융합선택 과목으로 '수학과 문화' '실용통계' '수학과제탐구'가 제시됐다.

수학과 개정 방향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존 교육과정에서 제외된 행렬, 모비율 추정, 공간벡터가 다시 편성됐다는 점이다.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과목 체계 변화 = 과학과(표)는 공통 과목으로 '통합과학1·2'와 '과학탐구실험1·2'를 배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일반선택 과목인 과학Ⅰ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인 과학Ⅱ과목 체계가 더 세분화되는 점이 특징적이다.

우선 일반선택 과목으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제시됐다. 이어 진로선택 과목으로 기존의 '물리학Ⅱ'가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빛('전자기와 양자'로 과목명 변경 예정)'으로, '화학Ⅱ'가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로, '생명과학Ⅱ'가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으로, '지구과학Ⅱ'가 '지구시스템과학' '행성우주과학'으로 세분화된다.

지난 7일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수학과 시안 검토 공청회장. 사진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과학적 소양을 융합과 실생활 응용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융합선택 과목은 '과학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를 비롯해 가상현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소양에 기반을 둔 탐구 중심의 학습으로 운영하는 '융합과학탐구'로 구성한다.

디지털 소양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맞춰 정보 교과가 신설된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정보 관련 과목들은 '기술·가정 교과'로 분류됐지만, 독립 교과로 분리되는 것이다.

◆학습량 적정화 등 쟁점 수두룩 = 학습량 적정화는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반복되는 쟁점이다. 특히 수학과의 경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과 사교육비 가중을 이유로 들어 학습 내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과 지나친 학습량 축소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2009·2015 개정 교육과정 당시 삭제된 행렬, 공간벡터, 모비율의 추정이 다시 고교 과정에 추가된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이유빈 울산과학고 교사는 "이전 교육과정에서 공간벡터는 변별을 위한 수능 30번 문제로 자주 출제돼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을 줬다"며 우려했다. 반면 오병근 한양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능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지, 교육과정에 제약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적분Ⅱ'와 '기하'가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과 함께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되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이공 계열 학과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미적분Ⅱ'와 '기하'가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 '직무수학' 등과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을뿐더러 수능 출제과목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현행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형 수능에서 이공계로 지원할 학생들이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택하게 되면서 '기하'를 배우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과정에 미치는 수능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앞둔 상황에서는 선택 과목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박진근 충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 교육연구사는 "수학학회의 주장처럼 '미적분Ⅱ'와 '기하'가 이공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과목이라는 얘기는 달리 말해 진로선택 과목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과학 Ⅱ과목의 내용 체계를 구성하던 핵심 개념과 중단원이 선택 과목명으로 바뀌면서 이를 생소하게 여기는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들 과목이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된 만큼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고민성 경기 일산고 교사는 "이 과목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은 이미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더 즐거운 과목명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방안'에서 정보 교육 활성화 로드맵이 제시된 만큼 정보 교과 신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7일 열린 정보 교과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하정우 네이버 AI Lab 연구소 소장은 "현재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컴퓨팅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 = 지난 정부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을 강조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개편안이 논의될 당시, 특히 탐구 과목은 고질적인 점수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절대평가가 필수적이라는 안이 제시됐다.

그래야 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택한 과목과 수능에서 선택하는 과목이 일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수능 사회탐구에서 '경제'가 아닌 '사회·문화'를 선택하고, 의대에 가려는 학생이 수능 과학탐구에서 '지구과학Ⅰ'을 선택하는 것은 상대평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정시확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결국 이 안은 무산됐다.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입 개편안은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현장 교사들은 선택 과목이 더 다양해진 새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되려면 수능 절대평가는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공통 과목뿐 아니라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 모두 수능 출제 과목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과 대입 제도 개편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에 따라 완성될 전망이다.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대입에 가로막혀 반복된 현장 왜곡이 고교학점제를 전환점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기수 기자·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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