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카드결제 차단에도 신청건수 중 25%가 결제완료

2022-10-20 14:45:54 게재

4년여간 3246억원 결제

윤주경 정무위 의원실

가상자산 투기,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1월부터 국내 카드사들이 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차단하고 있지만 결제 신청건수 중 약 25%가 결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금액 비중으로 따지면 40% 정도가 승인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결제가 완료됐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카드를 이용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결제를 신청한 127만6678건 중 30만9072건(24.2%)이 결제됐고, 결제를 신청한 8288억원 중 승인된 금액이 3246억원(39.2%)에 달했다.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고객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카드 결제를 시도했으나 차단된 건수는 96만7606건(75.8%), 차단된 금액은 5042억원(60.8%)이었다.

앞서 지난 2018년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의 결제 서비스 중단을 권고했다. 자금세탁방지 위반, 불법 현금유통, 사행성 거래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은 2018년 1월부터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카드사 승인 단계에서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가상자산 카드결제 차단 조치에도 4년여간 3200억원이 넘는 결제가 이뤄진 것은 일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여전히 국내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사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맹점 번호에 대한 결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결제를 제한하는데, 신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이거나 기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현지에서 새로운 가맹점 번호를 발급받은 경우 국내 카드사가 가상자산거래소 여부를 즉시 인지하기 어려워 빈틈이 생기는 것이다.

가상자산 카드결제 차단망에 빈틈이 생기면 암호화폐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의 '영끌' 구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좀 더 확실한 차단 조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윤주경 의원은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방지 등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카드 결제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처럼 가맹점 번호를 일일이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차단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카드 결제가 외화 유출이나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국제 공조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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