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배임 성립 가능할까

2022-10-26 11:05:37 게재

대법원, 배임 판단 기준 엄격 … 고의·손해 여부 검찰이 입증해야

대선자금 수사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임' 혐의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복수 법조인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성남시를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배임의 고의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배임 성립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 대표에게 수차례 대장동 사업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정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도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재명 "김만배한테 쌍욕 들어가며 개발이익 환수"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대선자금 수사의 발단인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부터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수사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초과이익 환수 배제' 결정 과정 등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중인데, 대장동 사업이 화천대유 등 민간에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주도록 고의로 설계했는지, 이를 이 대표가 알고 지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를 대장동 사건 몸통으로 지목함에 따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실무를 맡았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배임과 관련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앞으로 나올 이 대표와 관련된 증언을 분석해 혐의 입증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정영학 회계사에게 민관합동 개발 방식 결정, 민간 사업자 선정 등에서 이 대표가 결정권을 행사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대형건설사 배제를 결정한 경위에 대해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답했다. 반부패수사3부와 함께 4차장검사(고형곤 차장검사) 산하에 있는 공판5부는 25일 공판 조서 열람·등사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단체장 누구도 안하는 개발이익 환수를, 저는 국민의힘 방해를 뚫고 당초에는 확정이익 4400억원을, 나중에는 1100억원을 추가 환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비 시도 했지만 10년간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한 남욱. 뇌물 수수 사실은 이재명에겐 죽을 때까지 숨겨야 한다고 했던 그들. 추가부담시켰다고 김만배에게 쌍욕까지 들어가며 성남이익 챙긴 이재명. 이것이 배임이라구요?"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자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대장동 사업으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전혀 취한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4일 "온갖 방해에도 민간이 독차지할 뻔 했던 택지개발 이익의 약 1/3인 5500억원 이상을 공공으로 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전에 확정된 4400억원은 분당구 대장동과 관계가 없는 본시가지 수정구 신흥동에 공원을 조성한 것"이라며 "공원조성비 2700여억원, 그리고 아파트부지 1822억원 합쳐서 약 4400억원 확정을 했음에도 사업 도중 인허가 조건을 붙여서 1100억원을 추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정책) 판단 원칙 대법 판례 주목 = 결국 이 대표 주장은 성남시를 위한 경영(정책) 판단에 따라 대장동 사업을 설계했고 이는 결국 민간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천문학적 이익을 성남시 등에 일부 돌려주게 돼 손해가 아닌 이득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위 공직자 사례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는 회사 경영자 등의 배임 성립 판단에 있어 '경영 판단 원칙'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경영 판단 원칙이란 경영자가 기업 등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배임죄로 처벌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2004년 대한보증보험의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 보증 사건에서 '기업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기업 이익에 합치한다고 믿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해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임무에 위배돼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라는 모호한 범죄 요건으로 수많은 기업인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법정에 서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대한보증보험 경영진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대법원은 "경영상 판단과 관련해 경영자의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 의사 여부를 판단할 때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여러사정을 고려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배임죄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돼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26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개발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사실을 인지하고 배임의 고의하에 행위했어야 하는데, 합리적 경영(정책)판단이라고 주장하면 혐의가 인정될지는 의문"이라며 "과연 성남시 등이 손해를 입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길 경우 배임 입증 여부를 놓고 검찰측과 이 대표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안성열 김선일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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