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날' 기획│민선8기 지방자치 전망과 과제
단체장에서 주민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
'주민자치회' 등 주민자치 제도화
지역별로 다양한 자치 모델 실험
정당법 개정해 '지역정당' 활성화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를 구성하며 부활했지만 여전히 온전한 성년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지방자치의 날'을 앞두고 '민선 8기 지방자치의 전망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단체장 중심의 자치에서 의회와 주민 중심의 자치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민선 8기 지방자치의 핵심과제입니다."
자치분권 전문가들은 '민선 8기 지방자치'의 과제로 '주민주권' 중심의 자치 실현을 강조한다. 32년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토대다.
황종규 동양대 교수는 "단체장 중심의 자치를 의회와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로 전환해야 지방자치의 효능감이 생긴다"며 "민선 8기는 지방정부가 넘겨받은 권한으로 주민이 실감하는 자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도 "지방자치의 핵심은 단체 자치가 아니라 주민자치에 있다"며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민자치가 기반이 돼야 지방자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분권 2.0 시대 열자" =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이를 '자치분권 2.0 시대'로 규정했다. 위원회는 1991년 지방자치 부활 후 2020년까지를 지방자치제도의 토대 마련에 초점을 둔 시기라며 '자치분권 1.0 시대'로 정의했다. 그러나 2021년 지방자치부활 30주년을 맞아 자치역량과 주민의식이 제고되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지방일괄이양법,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제정 등 제도적 틀이 형성됨에 따라 '자치분권 2.0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분권 2.0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체장 중심 자치에서 주민(의회)중심 자치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주민중심'의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주민자치회'의 법제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으나 주민자치에 관한 규정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이미 읍·면·동별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 주민들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선출한 위원들이 지역현안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마련,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주로 맡았던 주민자치위원회보다 주민들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다. 현재 전국 141개 시·군·구, 1244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가 설치돼 있다.
한발 더 나가 농촌지역에 한해 '읍면자치제'를 부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과 1956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읍면의원과 읍면장을 주민직선제로 뽑았으나 1961년 군부정권에 의해 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정부의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지난 4월 발표한 15대 국정과제에도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자치회를 자율적인 순수 민간활동으로 전환하고 읍면동 수준에서 풀뿌리자치 모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는 "읍면자치제 부활 취지는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지역 인재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 지역발전을 도모할 제도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기초자치단위는 외국에 비해 인구·면적이 크기 때문에 주민접근성·참여가 용이한 읍면단위 지역공동체에서 주민자치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주민주권 중심의 지방자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등의 정치개혁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 26일 광주광역시 동구 YMCA에서 열린 주민자치 시민 대토론회에선 지역정당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최승제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는 지역정치가 바뀌고 주민자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주민들이 제대로 된 일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앙당 공천권 독점이 타파돼야 한다"며 "지역과 주민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정당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운영시스템 지방분권형으로 전환해야 = 민선 8기에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자치 모델을 적용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공약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대표적이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의회를 직선으로 구성하고 의회가 단체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기관통합형 모델이다. 현재 모든 지자체의 기관구성 형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따로 선출하는 기관분리형(기관대립형)인 만큼 제주의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인구 100만명이 넘는 4곳은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았고 강원도의 경우 강원특별자치도 설치법이 통과된 상태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충청권, 호남권의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특별자치단체 출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들 특례시와 특별자치단체 등은 획기적인 권한이양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농촌지역은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별로 이해와 요구가 다른 상황에 대응하려면 근본적으로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정화 교수는 "현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지역 간 격차 등 현안 대응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며 강도 높은 자치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최창수 사이버외대 교수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의회와 주민주권을 강화하는 일부 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나 사무이양은 매우 더디고 지자체 기관구성 다양화를 실현할 별도의 법률제정도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