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입시 탐구과목

2024 입시 변화 … 내게 맞는 탐구과목은?

2022-11-09 10:32:10 게재

수능 최저기준 충족에 용이한 탐구과목 … 나를 알고 과목 특징 파악한 후 선택해야

탐구과목을 정하느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고려해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수능 응시 과목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을 위해 필요한 등급을 얻거나, 높은 점수를 받아 정시로 진학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물리학Ⅱ'를 배웠지만 응시 인원 등을 고려해 포기하고 대신 '지구과학Ⅰ'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2024학년 대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해져 과학탐구Ⅱ에 대한 선호도가 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변화된 서울대 입시에서 과탐 Ⅰ+Ⅰ 조합으로도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탐구 선택을 돕는 내용과 함께 2024학년 대입부터 적용될 서울대 모집 단위별 수능 응시 영역 기준도 담았다.



수능 응시 과목은 사회탐구의 경우 일반선택 9개 과목이 있고, 과학탐구는 일반선택 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으로 나뉘는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Ⅰ·Ⅱ까지 총 8개 과목이 있다. 탐구과목은 최저기준을 충족하기에 좋은 편이다. 같은 대학,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국어 수학 성적은 비슷하다. 방대한 내용과 위계가 있는 학습으로 인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은 과목이기 때문이다. 반면 탐구과목은 국어 수학에 비해 내용이 적어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올라가고 소홀히 하면 성적이 내려가기 쉽다. 특히 사회탐구와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이 그렇다. 고3 때의 노력으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하는 전략 과목이 될 수 있다.

◆진로 연계 과목 선택해 좋은 결과 얻기도 = 학생들은 대체로 응시자 수가 많아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학교 교과로 공부했던 탐구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선택해 좋은 결과를 얻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손윤나 고려대 사학과 학생의 사례이다. 그는 역사에 큰 매력을 느꼈던 만큼 과목을 선택할 때도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중심으로 골랐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은 '세계사' '동아시아사'로 이어졌고 인간이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왔는지도 알고 싶어 '지구과학Ⅰ'까지 이수했다.

수능 사탐 과목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응시했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만큼 변별을 위해 토씨 하나 바꿔서 선지를 탈락시키는 '사회·문화'나 '생활과 윤리'보다는 정직하게 공부해 문제를 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세계사'는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을 받았고 '동아시아사'는 1등급을 받았다.

자신의 성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다음 탐구 과목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나와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암기에 강한지, 도표 해석력이 좋은지, 계산력이 좋은지, 공간 지각력이 좋은지 등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1학년 때 배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2학년 때 배울 사회와 과학 과목들을 담고 있으므로 미리 점검해볼 수 있다. 최저 기준 충족이나 높은 표준점수를 위해 응시자 수가 많은 '지구과학Ⅰ'을 선택했지만 최상위권 중에서도 '지구과학Ⅰ' 공부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효종 서울 서문여고 교사의 조언이다.

"개정된 '지구과학Ⅰ'은 물리 화학보다 학습량이 적으며 난도도 낮다. 하지만 입체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과목이다. 천체가 '지구과학Ⅱ'로 옮겨져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형도, 기후도, 해류의 움직임에 대한 내용은 공간적인 지각력이 부족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자료 분석 문제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수학적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물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힘든 과목이다. 화학은 몰 계산, 농도 계산 등이 많이 포함돼 계산할 때 실수가 없어야 한다. 공간적 사고력이 있으면 물리나 지구과학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생명과학Ⅰ'은 암기량이 많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 하지만 20문제 중 4~5문제 출제되는 유전 문제는 확률적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1등급 받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학습량 줄이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 = 논술 전형도 고려 중이라면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정치와 법' 등의 사회 과목과 연계돼 출제된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다. 수능을 위한 사회탐구 공부가 논술의 배경이 돼 학습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창숙 서울 예일여고 교사의 조언이다.

"'윤리와 사상'은 사상가들의 일생을 다루는 만큼 개념이 많아 외울 것이 많지만 한 번 암기해두면 성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빈출 주제가 정해져 있다. '생활과 윤리'는 '윤리와 사상'을 응용한 과목이다. 두 과목은 칸트와 공리주의가 공통되게 나오며 유사성이 높은 편이다. 함께 공부하면 학습량을 줄일 수 있다. 지리는 원리를 통해 이해하는 과목이며, '한국지리' '세계지리'를 함께 선택하면 학습량을 줄일 수 있다."

'동아시아사'는 수능 응시 필수과목인'한국사'와 30% 정도 내용이 겹친다. 그 밖에 '사회문화'+'생활과 윤리', '동아시아사'+'세계사', '한국지리'+'세계지리', '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경제'도 교과 연관성이 높은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허준일 대구 경신고 교사는 "'물리Ⅰ'과'물리Ⅱ'를 수능 응시 과목으로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Ⅰ·Ⅱ는 서로 다른 과목으로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어 동일 과목 조합을 피하는 편이지만 동일 과목으로도 응시 가능한 대학들이 있어 이해가 기반이 되는 과목인 만큼 학습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응시자 많으면 유리한 면 있어 = 수능 사회탐구 준비를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도 많아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은 내게 맞는 강사를 찾기도 쉽고 풀어볼 문제도 많은 편이다. 물론 높은 등급을 받기에도 유리하다.

최 교사의 말을 들어보자.

"선택과목을 정할 때 흥미와 적성이 있는 과목이 1순위다. 하지만 수능은 결과가 중요한 시험인 만큼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이 유리하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한다.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응시자수가 1, 2위를 차지하며 3위는 '윤리와 사상' '동아시아사'와 지리 과목이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 응시 인원이 너무 적은 과목을 선택하면 다른 과목으로 유도하는 편이다. '경제' '세계사'를 선택한 학생이 3월 모평에선 1등급을 받았지만 수능에서 4등급이 나와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한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탐 과목은 기본적으로 암기다. 덕후 기질이 다분해 '세계사'를 고집했던 학생이지만 '생활과 윤리'를 못할 리가 없었다."

2022 수능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응시한 과학탐구 과목은 '지구과학Ⅰ'이었으며, 응시자가 가장 적은 과목은 '물리학Ⅱ'였다. 현재 고2가 치를 2024학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Ⅰ+Ⅰ 선택으로도 서울대 자연 계열 진학이 가능해 Ⅱ 응시자는 조금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2024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 전형 예고'를 통해 전공 연계 교과 이수과목 안내와 함께 수능 응시영역 기준의 변화도 알렸다. 과탐 Ⅰ+Ⅰ 조합으로도 서울대 자연계열 진학이 가능한 점, 일부 모집 학과는 물리 또는 화학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2024학년부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기계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식물생산과학부 의대 등을 정시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능에서 '물리학Ⅰ' '물리학Ⅱ' '화학Ⅰ' '화학Ⅱ' 중 한 과목 이상을 응시해야 한다(표).

2024학년 서울대 모집 단위별 수능 응시 영역 기준

김기수 기자ㆍ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