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명칭에 결국 '넥슨'

2022-11-15 10:37:08 게재

운영위 참여도 보장하기로

대전시 숨겨둔 속내 드러내

'공공성 훼손' 논란 재점화

대전시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명칭에 후원기업인 '넥슨'을 병기하고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대전시가 공공성 훼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폐기했던 계획을 꺼내들면서 다시 논란을 불러온 셈이다.

대전시는 14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최근 넥슨재단과 수정 체결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실시협약'을 공개했다.

수정 협약에 따르면 병원 명칭은 후원기업 이름을 포함한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대전시는 복지부 지침을 핑계 삼았다. 지용환 복지국장은 "후원기업 명칭을 병기할 수 있다는 복지부 지침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가 정한 원칙은 '○○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단서조항으로 병원 건립·운영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경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자체 판단 하에' 병원 명칭에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시가 공공성 훼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한 결정'에 대해 복지부 지침 탓을 한 것이다.

넥슨의 병원 운영위원회 참여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대전시는 지난해 병원 운영과 관련한 조례안에 후원기업의 운영위원회 참여를 넣었다가 역시 공공성 훼손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했다. 실제 제정된 조례에도 이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미 공론화됐고 시의회에서 결론이 난 사안을 슬그머니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병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넥슨의 추가 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지용환 국장은 "병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넥슨재단의 운영비 지원 등이 가능한 조항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넥슨은 2019년 10월 체결한 업무협약에서 병원 이름을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한다'는 조항과 '병원장 임명과 20억원 이상 사업비 증감 시 시와 넥슨이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공공성 훼손 논란이 일자 없던 일이 됐다. 대전시는 공개적으로 후원기업의 명칭 병기와 운영 참여를 않겠다고 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전시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은 "병원명칭에 넥슨이 들어가면 오히려 다른 기업 후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실제 넥슨이 후원한 서울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병원 개원도 하기 전에 운영 지속가능성을 외부에서 찾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업 후원이 없으면 병원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병원 개원 시기도 논란거리다. 대전시는 당초 올해 6월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11월로 연기했고, 다시 12월로 수정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 때는 2월 개원 예정이었는데 1개월 늦춰 3월 개원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장애아 부모들은 병원 개원이 늦춰지면서 학사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병원 내에 영유아·초등·중등 등 6개 병원파견학급이 운영되는데, 개원이 취학시기와 맞지 않을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취학연령 장애아를 둔 한 부모는 "개원에 맞춰 병원 근처로 이사까지 했는데 개원이 늦어지면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병원파견학급 운영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계획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전국 최초로 대전에 들어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447억원(시비 269억원·국비 78억원·넥슨 100억원)이 투입돼 서구 관저동에 지하 2층∼지상 5층, 70병상(입원 50병상·낮 20병상) 규모로 조성된다.

김신일 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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