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첫겨울 나눌래옷 나눔외투 전달식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온 이웃들에게 큰 도움됐다"

2022-11-15 11:07:13 게재

59개 기관·단체, 시민들 참여로 1만1500여벌 전달 … 옷장 속 잠자는 외투로 '한국인의 정' 나눠

#. 12년 전 아제르바이잔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유학을 왔다가 한국에 정착한 니하트씨는 이번 외국인 이웃과 함께하는 외투나눔 행사에 외투를 신청한 외국인을 돕는 봉사자로 참여했다. 강남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글교육과 창업지원 등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 니하트씨는 2020년 한국국적을 취득한 엄연한 한국인이다. 그의 세 자녀도 한국인이고 아제르바이잔 출신인 아내는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니하트씨는 외투나눔 행사를 홍보하고 외국인 이웃들에게 전달할 외투와 물품 등을 포장하는 일을 맡았다. "외투를 신청한 외국인 이웃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뻔 했다"는 그는 "외국에서 처음 생활하다보면 힘든 시기가 있는데 작은 도움도 큰 힘이 된다"며 "이렇게 따뜻한 행사가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행사장에 있으면서 이런 뜻깊은 행사가 온라인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밝게 웃었다.

한국에서 첫 겨울을 날 외국인 이웃을 위해│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5회 첫겨울 나눌래옷 나눔외투 전달식'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낼 외국인 이웃들에게 전달할 외투와 식품들이 담긴 상자를 발송한 후 한자리에 모였다.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밥일꿈과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1만1562벌의 외투가 3652명의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됐다. 사진 이의종


아직은 입을만 하지만 크기가 작아지거나 싫증나 옷장 속에 두고 몇 년째 꺼내보지 않았던 겨울 외투를 외국인 이웃들과 나누는 '제5회 첫겨울 나눌래옷 나눔외투 전달식'이 1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에는 59개 기관이 참여해 1만1500여벌의 외투를 모아 외국인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내일신문 주최, (사)밥일꿈·노사발전재단 공동 주관, 신한금융그룹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장,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김혜정 서울 은평구 부구청장,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동원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본부장, 이옥경 (사)밥일꿈 이사장,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옥경 이사장은 "5년째인 올해도 작년에 이어 목표했던 기부외투 1만벌을 무난히 달성했다"면서 "함께하신 여러 기관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아주신 시민들의 정성, 따뜻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 외투나눔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달식 외에는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사무국은 세탁과 수선을 통해 새 옷처럼 변신한 기부받은 외투의 사진과 정보를 사이트에 공개했다. 참가자는 외투나눔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적당한 옷 두벌을 선택해 소포로 배송 받는다.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되는 소포 상자에는 외투뿐만 아니라 오뚜기(라면·즉석밥) LG생활건강(바디케어세트) 바늘이야기(손뜨개 목도리) 롯데제과(과자) 아이소이(화장품) 등의 기업이 기부한 선물이 동봉된다.

출범식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외투나눔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이웃들이 선택한 외투를 소포 상자에 담고 직접 손편지를 써 발송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날 발송한 소포 상자는 현장에서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들이 수집해 전국 곳곳의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한다.

이날 발송식에 참석한 이종호 장관은 "200만명이 넘어선 외국인 이웃은 우리나라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 "특히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산업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산업역군으로서 아낌없이 힘을 모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옷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오늘 전달식이 외국인 이웃과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장관은 "지금 우리 농어촌과 뿌리산업 현장은 코로나 충격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일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힘든 시기, 현장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계신 분들은 바로 우리 외국인 이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부는 외국인 이웃들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제도와 현장을 살피겠다"며 "특히, 추운 겨울일수록 안전사고가 나기 쉬운데 철저히 사고를 예방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투나눔 행사 참가자들이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할 외투·식품이 담긴 상자에 메시지를 쓰고 있다. 사진 우측으로부터 첫번째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세번째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이의종


◆월급 대부분 송금, 외투 구입 부담 = 이번 행사는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밥일꿈과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주관했다. 행사는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이웃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있지만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18년 처음 기획됐다.

당시 고심 끝에 참여기관들은 겨울외투에 주목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0만명을 넘었다. 이중 취업 비자를 받은 노동자의 경우 최근 출신지나 근무 직종이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건설 농수축산업 등의 직군에 많이 종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언어와 문화 차이만큼이나 한국의 추운 겨울이 힘들다. 특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고향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추운 겨울이지만 월급 대부분을 본국에 송금하거나 저축하는 만큼 난방이나 외투 구입이 부담스럽다.

이에 시민들의 옷장 속 잠자는 외투를 떠올린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이어지고, 외국인 이웃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품질에 문제없지만 체격이 달라져 입지 못하거나 취향이 바뀌어 안 입게 된 옷을 기증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평생을 따뜻한 동남아 지역에서 살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에게 겨울은 신기하기도 하겠지만 고통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행사는 따듯한 외투 선물을 통해 한 가족이 되는 좋은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이동원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두툼한 외투와 선물을 집에서 편하게 받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외국인력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올해 나눌래옷 행사는 더욱 뜻이 깊고,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외국인 발송자 대표로 참가한 결혼이주여성 우싸운댕씨는 "겨울이 없는 나라 태국 출신이라 한국에서 맞은 첫 겨울은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행사를 알고 주변 친구들에게 외투 신청 방법을 많이 알려줬다"면서 "발송식 참가소식을 들은 많은 친구들이 행사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기부 = 외투나눔 대축제는 2018년 경희궁 앞마당에서 서울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기부한 외투 3500여벌을 외국인 노동자 1500여명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회 행사에는 공공기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해 7800벌의 외투를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 2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터넷 쇼핑몰 개념을 도입, 비대면으로 진행한 2020년 3회 행사에는 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학교 그리고 시민들이 기부한 9206벌의 외투를 소포로 3441명의 외국인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4회 행사에서는 1만2039벌의 외투가 기부됐다. 올해 5회 행사에는 1만1562벌이 기부돼 3652명의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되고 있다.

해마다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서울시 김선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번 행사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겨울이란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낯선 환경임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써의 '역지사지' 가치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외국인 주민의 빠른 서울생활 적응을 돕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정 은평구 부구청장은 "따뜻한 지역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 "이 작은 외투를 통해 한국인의 정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서울에서 맞이하는 겨울이 더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회 나눔행사부터 후원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첫해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5년째 후원하고 있다. 겨울이 없는 국가에서 살던 외국인들에게 처음 느껴보는 추위는 혼자 이겨내기에는 힘들거라 생각된다"면서 "신한금융그룹은 외국인 인식 개선 등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업에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외국인들이 편견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투나눔 대축제는 기부 받은 외투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대상도 처음 외국인 노동자에서 유학생,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 이웃 모두로 확대됐다. 특히 비대면 방식을 도입한 3회 행사는 서울·수도권 중심이었던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행사가 해를 거듭하면서 외투를 선물로 받았던 외국인 이웃이 한국 정착에 성공한 후 포장과 발송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2018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20대 유학생 마디나버누씨는 외국인 대표로 참여해 자신과 같은 고향 사람에게 보낼 외투와 간식을 포장했다. 그는 "2년 전에 옷을 신청해 받았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다"면서 "우즈베키스탄도 사계절이 있어서 겨울 날씨를 알지만 이 곳에서 외투가 부족했는데 두벌까지 신청해 받을 수 있어서 바꿔가며 너무 잘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운 나라에서 자란 친구들은 처음 맞는 한국의 겨울을 신기해하기도 하지만 힘들게 느낀다"며 "그래서 한국의 따뜻한 정으로 외투 나눠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참여기관 △강서구 △건설근로자공제회 △경기도 △경찰청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악구 △광문고등학교 △광진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회 △금천구 △김창숙부띠끄 △농협중앙회 △마포구 △메디인병원 △서울경찰청 △서울관광재단 △서울교통공사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문화재단 △서울시120다산콜재단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연구원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성남시 △성동구 △소방청 △신일고등학교 △양주시 △양천구 △여성가족재단 △영등포구 △우정사업본부 △은평구 △(재)427한반도평화번영시민재단 △코이카 △코트라 △특허청 △포스코건설 △폴리텍대학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생산성본부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표준협회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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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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