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수도권은 '골치' 지방은 '유치'

2022-12-05 11:37:27 게재

용인·김포 등 전자파 위험 우려 반대

강원 원주, 전남 등에선 유치 운동

정부도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추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데이터센터 조성을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이미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선 전자파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건립 반대 목소리가 높은 반면 비수도권은 대기업 데이터센터 유치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다.

◆"암 유발 전자파 우려" = 5일 경기 용인시에 따르면 퍼시픽자산운용은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지하 4층, 지상 4층, 연면적 9만9070㎡ 규모의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죽전동에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죽전동 주민들은 수전용량(공급받는 전기용량)이 100㎿에 달하는 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초고압선(154㎸)이 매설되면 유해 전자파의 위험성이 있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용인시는 최근 자체 감사를 통해 도로점용(굴착) 허가 등이 잘못된 사실을 밝혀내고 사업자에게 공사계획 보완을 주문했다. 사업자는 지중선로를 기존 허가사항(1.2m)보다 깊게(2m) 매설하고 금속 차폐판을 추가 설치하는 보완계획을 제시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행사가 시민단체에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해 주민 반발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게다가 120㎝에서 80㎝ 더 깊이 묻고 금속판 설치한다고 그 엄청난 전자파가 차폐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용인시는 지난달 초 ㈜다우기술이 죽전디지털밸리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며 낸 착공신고서를 반려했다. 학생 통학로 안전과 학습권 보호, 주민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자는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김포시 구래동 주민들도 최근 전자파 노출 가능성을 우려해 김포시에 D사의 데이터센터 건립허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15만4000V의 특고압선을 최소 30m 이상 깊이 매설할 것과 소음 진동 등에 대한 대책, 주민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되는 안양 호계동, 시흥 배곶동에서도 주민들이 "암 유발 전자파 우려, 데이터센터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60%, 전력수요 70%가 수도권에 집중 = 반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세수확보, 인력채용 등을 위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남도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10개소를 유치할 계획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 전국 1위 잠재량 및 생산량을 갖춰 RE100 실현이 가능하다는 게 전남도 장점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이런 장점을 내세워 '글로벌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기본구상(안)'을 마련 중이며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강원 원주시는 최근 NHN 클라우드 센터 유치에 나섰다. 원주시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을 유치해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센터유치 전담팀을 신설하고 지역 내 공공기관 중심으로 '원주시 클라우드 산업협의회' 구성 작업에도 착수했다. 강원 춘천시·평창군과 대구시, 전남 순천시 등도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등을 내걸고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전력 비대칭 문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의 데이터센터는 142개인데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우선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전기요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연내에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주영(경기 김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열린 '데이터센터 현황 및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초연결시대에 데이터센터는 필수기관이지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집중돼 주거환경 피해 호소는 물론 '전기 먹는 하마'로 안정적 전력공급 및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산업도 성장하면서 수도권 밀집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태영 방국진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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