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네이버 알고리즘 조작은 불공정행위" 인정

2022-12-15 13:00:29 게재

네이버에 200억대 과징금 부과한 공정위 손 들어준 법원

공정위 "플랫폼 알고리즘 중요성 드러낸 판결, 규제 필요"

법원이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네이버의 행태가 불법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증인선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ㅣ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를 비롯한 증인들이 지난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네이버는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네이버비교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며 시장지배적 지위자임을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했다는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네이버에 소속되거나 광고를 한 업체에 노출 우선순위를 줘 공정한 시장경제를 저해하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이번 소송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첫 번째 제재 사례여서 결과가 주목됐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행정6-1부(최봉희 부장판사)는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해 검색 결과를 조작하고 자사 쇼핑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등의 이유로 네이버에 약 266억원의 과징금을 부여한 공정위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자사 우대 플랫폼' 첫 제재 = 앞서 공정위는 2020년 10월 네이버가 8년에 걸쳐 자사 상품은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고 경쟁사 서비스를 하단으로 내리는 등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며 제재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는 쇼핑부문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면서 8년에 걸쳐 자사 상품의 노출 비중을 늘리고 경쟁사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오픈마켓 점유율을 늘렸다. 네이버쇼핑의 노출비중은 높이고 경쟁사인 G마켓·11번가·옥션·인터파크 등은 낮추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상품정보검색은 검색어와 관련성을 기준으로 1차 순위를 정한 후 상위 300개 상품을 대상해 여러 함수를 적용한다. 이때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의 상품이 노출되도록 상위 120개 상품을 결정 짓는 최종 순위 때 함수를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네이버는 2014년 7월에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페이지 당 노출을 일정 비율로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2015년 1월에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하는 판매지수에 추가 가중치 1.5배를 부여하는 등 상품 노출 비중을 더 높였다.

같은 해 9월에는 '검색결과의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같은 상품이 연달아 노출될 경우 노출 순위를 낮추는 '동일 몰 로직'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는 적용하지 않고 경쟁사의 오픈마켓 상품에만 도입해 노출 빈도를 조정했다.

◆과징금 266억 부과 = 네이버는 또 2015년 4월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변경하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사전 시뮬레이션과 사후 점검을 통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친 공정위는 "네이버의 지속적인 쇼핑검색결과 노출 순위 왜곡 결과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비중은 증가하고 경쟁사 노출 비중은 감소해 시장경쟁이 저해됐다"며 네이버에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26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동영상 서비스인 네이버TV에도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 이후 "소비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는 2020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당시 오픈마켓 상품만 나오고 있어서 중소상공인 제품의 노출이 가능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그 부분을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알고리즘 영업비밀 아냐 = 하지만 법원 역시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기업 영역이 아닌 공공의 영역으로 나와 향후 플랫폼과 관련해 사전 규제나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은 알고리즘을 '기업의 영업 기밀'의 영역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장지배적(시장의 50% 이상 점유) 지위에 있는 플랫폼들이 제품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를 노출할 때 알고리즘을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는 점을 법원이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사우대(self preferencing)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검색중립성과 관련해 알고리즘 조작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사용자 기대와 다른 (플랫폼업체의) 자의적 조작이 있고, 입점업체나 소비자들이 어떤 폐해를 입었는지 입증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