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챗봇으로 숙제하는 미국 학생

2022-12-29 11:46:44 게재

챗지피티 '인간 같은' 글 작성에 컴퓨터코딩도 척척 … 교육현장 차단 고심

"현재 정보가 부족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핵개발 활동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에는 핵개발 활동을 줄이고 외교 협상과 정상교류를 통해 외교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예측할 수 없고, 북한의 핵개발 활동에 대한 외교적 조치도 지속적으로 주의깊게 추적될 것이다."

챗 지피티(ChatGPT) 한글 초기 화면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AI)챗봇 '챗지피티'(ChatGPT)에 한글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까"라고 묻자, 한글로 이같이 대답했다.

챗지피티가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처럼 비슷한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챗지피티에게 수백가지 질문을 한뒤 "커피머신 옆에서 동료를 우연히 만난 것 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간과 유사한 지적능력을 발휘하다 보니 미국의 교사들은 최근 챗지피티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 때문에 큰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인공지능 챗봇은 인터넷에 있는 엄청난 양의 글을 분석해 제대로 된 글의 양식과 특성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문장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불안해하는 여자친구를 달랠 표현을 알려달라고 하자 챗지피티는 "나는 네 곁에 있으며 항상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기술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지난달 출시된 챗지피티는 '더 인간 같은' 수준 높은 글을 작성할 수 있어 학생들이 집에서 숙제나 온라인 시험을 치를 때 활용해도 교사가 모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대학생은 두 번이나 챗지피티로 숙제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고백했다. 그가 컴퓨터공학 관련 용어를 정의하라는 문제를 입력하자 챗지피티가 거의 바로 답을 제시했으며, 학생은 답안지를 손으로 써 학교에 냈다.

이후에도 컴퓨터 코드(명령어)를 어떻게 쓸지 몰라 챗지피티에 물어보자 완벽하게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시험을 치를 때 챗지피티를 사용할 계획이며 컴퓨터로 작성한 답변이라는 사실을 교수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가 답변할 수 없는) 더 좋은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교수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더 많은 학생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본다. 이에 일부 교사는 학생을 감시할 수 있는 교실에서 답변을 손으로 작성해 제출하게 할 계획이다. 컴퓨터가 따라 할 수 없는 더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표절 감지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AI가 작성한 글을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조슈아 아일러 미시시피주립대 부교수는 챗지피티를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을 바꾼 것에 비유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도덕적 공황 상태다. 학생들이 이런 도구를 부정행위에 사용할 것이라는 큰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퇴보시킬 것이라 걱정한다. 글쓰기는 개인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데 챗지피티를 활용하면 그 과정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물론 챗지피티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코네티컷주의 성심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톰슨 부교수는 챗지피티를 실험한 결과 '미국 독립전쟁 이전에 북부와 남부 식민지의 발전을 경제 등 측면에서 비교하라'는 것과 같이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질문에는 챗지피티가 잘 답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레드릭 더글러스(미국의 노예제 폐지론자)가 노예제를 비판한 논리를 설명하라' 같은 더 복잡한 질문에는 훨씬 덜 논리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챗지피티가 웃기거나 철학적으로 보이는 글까지 작성해내 주목받고 있지만, 완전히 틀리거나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장병호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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