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등급 영향력

학생부 기록 축소로 교과등급 영향력 커졌나

2023-01-11 11:09:39 게재

블라인드 평가·학생부 미반영 확대로 오해 늘어 … "교육과정에 중점 둬야"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생부 교과 전형과 분명 다른 전형이다. 교과 전형은 교과 성적 중심으로 학업 역량을 정량 평가하는 전형이지만 종합 전형은 고교 3년간의 다양한 학교 활동을 토대로 정성적인 평가를 하는 전형이다. 분명 다른 취지의 두 전형인데 종합 전형에서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두 전형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시선들이 많아졌다. 일반고에서 2등급이 넘어가면 서울권 대학의 종합 전형 지원은 어렵다는 얘기나 교과 등급이 애매하면 정시로 일찌감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종합 전형의 서류평가에서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커진 걸까? 종합 전형 속 교과 등급, 내신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서류평가 항목과 함께 짚어보았다.

 


지원 대학과 모집단위를 결정할 때 자신의 관심사와 희망 진로를 생각한다. 하지만 진로의 방향성이 비슷한 모집단위라면 대학교육협의회 '어디가'를 비롯해 각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 전년도 입시 결과를 참고해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정한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대학에서 종합 전형의 입시 결과를 학생부 교과 등급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절대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물론 동일 고교 경우 학교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 학생부를 작성하는 교사들의 스타일 등이 비슷해 다른 고교 합격생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같은 수업을 받아도 그 수업에서 보여주는 모습, 결과물은 다르고 평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등급 또는 좀 더 높은 교과 등급인데 합격하지 못했다고 해서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교과 등급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 일반적으로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학생부 페이지를 근거로 학생부 내용이 좋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대학은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속에서 수험생 개인의 모습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방유리나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최근 지원자들의 학생부를 보면 기록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선택과목 편성, 교육과정 운영 방식, 수업량 유연화에 따른 학교 자율 특색 프로그램 등은 여전히 학교 간 차이가 크다"고 전한다.

박정선 연세대 책임입학사정관실장은 "대학은 교과 전형으로 등급이 좋은 학생들을 충분히 선발하고 있기에 종합 전형에서 교과 등급을 더 의미 있게 보거나 주목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대체로 교과 등급이 우수한 학생들이 학생부도 좋다"고 전했다.

2023학년 대입과 달리 2024학년 대입은 서류평가에서 여러 변화가 있다. 2024 대입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외의 비교과 활동은 대입에 반영할 수 없게 되면서 학생부에서 대입에 미반영하거나 미기재하는 항목이 증가한다. 미기재 항목은 학생부에 입력하지 않고 미반영 항목은 학생부에는 입력하되 대입 자료로 제공하지 않는다(표).

2024 대입에는 수상 경력, 자율 동아리, 개인 봉사 활동, 독서 활동이 반영되지 않는다. 그동안 반영했던 학생부 항목이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기록들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진 교사는 "종합 전형에서 정성 평가라고 해서 교과 성적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며 "교과 성적, 등급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핵심 평가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 입학사정관도 "대학도 등급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단순 교과 등급에 주목하기보다는 이수자 수, 원점수, 표준편차, 과목 선택 등을 두루 살피면서 등급을 이해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개인'의 얘기를 쓸 공간이 사라지면서 학생 개인의 역량을 학생부에서 파악하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커졌다기보다는 수험생이 다니는 고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일반고의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점수로 등급 불리 보완해야 = 대학이 발표하는 교과 평균 등급만으로 합격생의 역량을 제대로 유추하기는 어렵다. 학업 역량을 살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학생부의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이다. 이 항목을 통해 이수한 과목, 단위 수,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 성취도, 수강자 수, 석차 등급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런 항목들을 통해 학생의 수준을 파악한다.

수강자 수를 통해 교과에 대한 선택권이 자유로운지, 등급을 받기 어려운 환경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도전 정신이나 성취 노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전체, 학기별, 학년별 그리고 교과별로 분석해 과목 이수 수준을 비교해 상대 평가한다. 이런 내용은 서울대 입학본부에서 밝힌 2023학년 서울대 학생부 종합 전형 서류 평가 안내 동영상에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방 입학사정관은 "단순히 몇 등급을 받았는지에 주목하기보다는 과목 이수자 수와 원점수, 표준편차, 평균을 살펴 등급을 이해한다"며 "같은 등급을 받은 경우도 이수자 수와 원점수, 표준편차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표준편차가 크다면 경쟁이 덜 치열함을 뜻한다. 반면 표준편차가 작다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보통 일반고는 표준편차가 20내외인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나 특목고는 10미만인 경우가 많다. 어올리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에 초점 맞춰져 = 교육 환경의 변화로 종합 전형 서류 평가는 앞으로 교육과정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고교는 교육과정을 잘 개설하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도전적으로 과목을 선택해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고 있는지가 중점이 된다. 이는 종합 전형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2023 동국대 학생부 위주 전형 가이드에도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도록 학교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된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해야 한다'고 밝힌다.

서울대는 이미 2024학년 전형안을 예고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안내했고, 고려대를 비롯해 다른 대학들도 자연 계열 선택 권장 과목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을 선택하되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이수하면 좋겠다고 밝힌 것이다.

방 입학사정관은 "고교가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양, 깊이, 위계 관계 등을 고려해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고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춰 적극적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원하는 과목이 학교에 개설되지 않을 때는 공동 교육과정 이수나 다른 학교 활동으로 관련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