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독립 전에 '혼자살이' 체험부터

2023-01-11 11:12:08 게재

서대문·은평구 전용 공공주택 마련

생활습관·이웃과 관계 형성에 도움

"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고 혼자 사는 게 외롭고 어렵구나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생활비 계획이 어려웠어요. 혼자 밥 짓고 청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서대문구가 천연동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체험주택을 마련했다. 구 관계자들이 청년들이 작성한 생활기록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진명 기자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 보호를 받다가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지역사회로 나가기 전 '혼자살이'를 미리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자치구가 청년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 생활습관, 이웃과 관계 형성 등에 도움을 준다.

11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천연동에 '자립체험주택' 4실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까지 고교 3학년과 대학 1학년까지 13명이 한달간 혼자살이를 했다.

임대료나 공과금은 따로 내지 않지만 청년들은 50만원으로 한달을 살아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고 끼니를 해결하는 건 기본이다. 문화생활이나 사회활동 손님초대 등 각 분야 살림살이가 포함된다. 구와 현재 소속된 시설에서 각각 30만원과 20만원씩 지원했다.

청년들은 생활수칙을 잘 지키겠다는 계약서부터 작성하고 입주한다. 일상생활 자기보호 돈관리 진로계획 등 분야별 계획서를 짜고 그에 맞춰 생활하도록 커뮤니티 매니저가 현장에서 돕는다. 매니저는 시설에서 아동을 돌보는 전문가로 같은 건물 내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청년들 활동을 돕고 안전을 챙긴다.

보건복지부 '자립체험 워크북'에 기반해 공공요금 알아보기, 응급상황 대처하기, 자립계획 세우기, 손님초대 계획 등을 구체화했다. 가계부를 쓰고 영수증을 챙기는 등 돈 관리부터 청년들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방 청소와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등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데 커뮤니티 매니저 평가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구 관계자는 "귀가시간을 지키는데 일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여럿이 함께 살다가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을 타기도 한다"며 "막연한 자립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청년들은 소감문을 통해 시설에서 진행하는 각종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거나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감이 잡혔다고 자평했다.

서대문구는 전수조사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자립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스스로 준비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자립체험주택을 운영하고 있다"며 "체험기간을 최대 3개월로 늘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웃 은평구는 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와 손잡고 자립준비청년들 정착을 돕는다. 두 기관은 '은평형 자립준비주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특화공간을 마련한다. 역촌동 2곳을 비롯해 갈현동과 구산동 각 한곳씩 총 4곳이다.

구는 2개월 단위로 청년들을 선발, 혼자살이를 체험하면서 자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적응기간을 단축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의 한 시설 관계자는 "18세까지 보호만 하다가 갑자기 홀로서기를 하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사전에 준비를 시켜도 층간소음이나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 사소한 문제로 이웃과 갈등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설에서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데 지자체가 나서주니 반갑다"며 "주변에서도 건강한 어른으로써 청년들을 지도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은평구는 앞서 지난해 9월 '은평자준청'을 개소하고 자립준비청년들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자립하도록 돕겠다"며 "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 자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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