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에 실질 최저임금 '뒷걸음'
2023-01-16 11:33:00 게재
2년간 최저임금 6.6% 오를 때 물가 7.7% 상승
'물가연동' 프랑스 예외 … 임금인상 요구 커질 듯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2월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106.6으로 집계됐다. 약 1년9개월간 6.6% 상승한 셈이다. 반면 실질 최저임금은 지난해 9월 기준 98.2로 오히려 하락했다. 최저임금에 비해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에서 2021년 8720원으로 1.5% 올랐다. 이어 지난해에는 9160원으로 5.05% 상승했다. 2년간 6.6%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에 이어 지난해 5.1%로 집계됐다. 2년간 7.7%가량 올랐다.
2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은 7%에 못 미쳤지만 물가는 7% 넘게 오르면서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올해는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전년 대비 5.0% 올랐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예상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도 최근 2년간 실질 최저임금이 뒷걸음질쳤다.2020년 12월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실질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미국은 87.7로 10% 이상 하락했다. 미국은 한 때 소비자물가가 두 자릿수로 급등한 바 있다.
이밖에도 포르투갈(99.7)을 비롯해 일본(99.3) 영국(97.4) 독일(97.3) 그리스(95.6) 캐나다(94.9) 스페인(93.8) 폴란드(93.5) 아일랜드(92.6) 네덜란드(88.8) 등 OECD 30개 회원국 중 21개국의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했다.
반면 코스타리카(104.9)와 칠레(103.1) 뉴질랜드(102.3) 프랑스(101.5) 벨기에(101) 호주(100.1) 등 9개국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최근 발간한 '인플레이션 상승기 최저임금' 보고서에서 "2021년 1월에서 2022년 9월 기간에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결국 실질 최저임금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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