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전장연, 파국으로 가나

2023-01-18 10:51:16 게재

서울시 19일 4시 비공개 합동면담 제안

면담방식 두고 이견, 극적 타결 전망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의 대화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의 최종 시한으로 정한 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이 만남 방식에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이면서다. 설 이전 협상 타결과 자하철 시위 종료를 바라는 시민들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장연 측에 최종 제안을 건넸다. 면담을 위한 요구 사항이 계속 엇갈리는 상황에서 더는 전장연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간과 장소, 면담 방식을 정하고 참석 여부는 전장연측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시는 19일 오후 4시 서울시청 회의실, 비공개 합동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장연측이 요구한 단독 면담은 다른 장애인 단체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장연이 요구한 기획재정부 과장급 이상 간부 배석은 서울시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18일 오전 서울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전장연은 서울시 제안에 "정해진 각본대로 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면담 성사를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한다는 게 전장연측 입장이다. 오 시장과 면담하는 방식이나 일정은 확정된 게 없지만 회의를 통해 서울시 제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18일 오전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일방적 통첩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단독 면담을 요청했다. 공개 여부는 후순위로 두고서라도 다른 장애인 단체와 합동면담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진 만큼 남은 일은 전장연측의 참석 여부와 서울시가 전장연측 명분을 얼마나 살려주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19일 오 시장 일정을 모두 비워놓고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와 면담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들과 면담은 19일 오후 4시에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할지 말지는 전장연이 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가 이번 면담에서 탈시설 의제를 두고 장애인단체 간 찬반양론을 핑계로 합동면담을 제안한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는 것이다. 전장연은 "탈시설은 전장연이 주장안 장애인정책이 아니라 UN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난 2014년 1차, 2022년 2, 3차 권고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마지막까지 엇갈리고 있지만 타결 방법이 없지는 않다. 서울시와 전장연 모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이는 해당 사안이 마무리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 너무 많이 상황이 진행됐고 이대로 멈출 순 없다. 양측 모두 퇴로가 필요하다"며 "서로 상대방이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전장연이 서울시가 정한 합동 면담에 참여하되 회의 직후 오 시장과 단독 만남을 갖는 방법이 묘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남 방식과 관련 양측 모두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어쨌든 만나야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합동이든 단독이든 일단 만남이 성사되면 안될 일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제는 거의 좁혀졌다. 탈시설 관련 장애인단체들 의견과 입장을 듣고 찬반 의견을 분리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수순으로 진행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전장연 외에 다른 단체도 같이 만나야 장애인 권리예산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훼손된 장애인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된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전장연측이 일체의 시위 중단을 먼저 약속하고 향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하면 서울시도 법원조정안 수용 여부, 소송 계속 진행 여부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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