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말고 공공임대 내놔라"

2023-02-07 11:36:52 게재

동자동 쪽방 주민, 공공주택 지연 항의 … "정권 바뀌니 공공임대 축소" 우려

최근 한파로 어려움을 겪은 서울역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계획된 공공주택 사업이 지연되자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민들은 새정부 들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사업이 축소되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건너 전쟁기념관 앞에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계획 발표 2년이 지나도록 사업 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말고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쪽방촌 외부에 설치된 보일러 배관이 담요로 덮여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쪽방 주민들과 16개 주거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3 홈리스주거팀'은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국내 최대 쪽방밀집지역인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하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 사업'을 발표하고서도 추진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동자동 쪽방촌은 난방비 대란의 주요 사례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비용 보조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2년 전 정부가 밝혔듯 공공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쪽방을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난방비를 포함해 쪽방 주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동자동 일대 47만㎡에 주민들과 쪽방 거주민을 위해 공공임대 1250호를 건설하고 공공분양 200호 민간분양 960호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진행방식은 공공개발 형태로 거주민을 위한 임시 이주공간을 먼저 마련하고 2023년부터 착공한다고 했었다. 지구지정 완료는 2021년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토지 소유주의 반발 등으로 인해 주민 의견수렴을 거친다며 사업시행 첫 단계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거주민들은 자칫 민간개발로 전환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공공임대 물량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95%가 타지역에 거주하는 건물주의 반발에 소유주들에게 현물(분양권) 보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다"며 "소유주 달래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자동과 영등포, 대전역이 적용 대상인 '공공지구 사업으로 하는 쪽방 밀집지역'을 한시적으로 현물보상 하는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공공개발 하겠다는 사업발표에는 변함이 없고 토지주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현실적인 무리가 있어서 의견 수렴하는 과정으로, 사업이 조금 늦어지는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소유주 반발이 일차적인 이유 이긴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부 의지가 줄어든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새정부 들어 공공주택 공급은 악화되고 민간개발을 추진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강화된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도 지난 1월 고물가 고금리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공임대·공공지원 민간임대를 85만호에서 50만호로 축소하고 대신 공공분양을 15만호로 늘리는 국토부 올해 업무 추진 계획을 비판한 바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 사업이 민간개발로 전환되는 것 아닌지 우려도 된다"며 "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애초 쪽방주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숫자가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