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 시대 개막 | ①자산의 토큰화 … 제도권 편입

무엇이든 쪼개 판다 … 디지털자산 생태계와 상생

2023-02-09 11:26:11 게재

STO(토큰증권발행), IPO와 ICO의 중간 성격

높은 유동성·저비용·고편의성 조각투자 가능

소액투자 접근성 확대로 다양한 유통시장 기대

최근 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STO 도입에 따라 △실물자산 등 비정형적 증권 유통 활성화 △ 정형적인 증권의 발행과 유통 프로세스 개선이 기대되며 블록체인 업계와 전통 금융사의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국내는 기존 인프라를 갖춘 증권사 중심으로 토큰 증권 발행과 유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플랫폼(MTS)을 통해 토큰 증권의 유통을 담당하며 초기 시장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제도화 추진 과정과 해외 사례, 증권사들의 시장 진출 준비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드디어 토큰 증권에 대한 유통 및 발행이 승인됐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분산원장 기술로 전자화한 증권을 증권발행의 새로운 형태로 수용하기로 하면서 '토큰 증권(STO)'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자산이다. 증권을 종이(실물증권)가 아닌 전자화된 방식으로 기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증권과 유사하지만, 금융회사가 중앙집권적으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탈중앙화 된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암호화 화폐 자체가 분할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쪼개' 거래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증권가는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 확대로 다양한 실물자산들 발행과 다양한 유통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 증권(Security Token)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토큰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주식 시장의 기업공개(IPO)와 가상화폐공개(ICO)의 중간 성격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토큰이란 특정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응용 서비스에서만 사용하는 암호화 화폐로 크게 지불형, 증권형, 유틸리티로 나뉜다. 이중 증권형 토큰이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개념이다. 토큰의 발행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설계되며, 어떠한 실물 자산이라도 토큰화 과정을 통해 증권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증권형 토큰은 2018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형식의 증권을 발행하려면 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SEC는 ICO를 규제하면서 "만약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증권의 형태로 디지털 자산 교환을 제공하고 연방증권법에 정의된 교환소로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은 SEC에 증권거래소로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암호화 화폐는 SEC에 등록해야하는 증권형 토큰과 등록할 필요가 없는 유틸리티 토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STO란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IPO처럼 새로 발행되는 증권형 토큰의 취득에 관한 청약을 권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STO가 다수의 투자자에게 증권 취득청약을 권유하고, 규제를 적용 받는다는 측면에서 IPO 와 유사한 부분도 있다"며 "이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STO를 IPO와 ICO의 교집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각투자 및 자동 소유권 이전 가능 = 증권형 토큰의 장점은 △높은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거래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암호화 화폐 자체가 분할 가능하기 때문에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는 강점 '높은 유동성'은 조각투자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조각투자란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등의 신종 투자형태로 부동산, 저작권, 한우, 미술품 등이 있다.

증권형 토큰은 주식과 달리 하나의 암호화 화폐를 소수점 단위로 나눠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유권 취득이 쉽다. 분할 소유가 가능해지면 유동자산이라는 범위의 한계가 없어진다. 부동산, 미술품, 골동품, 비행기, 원자재, 무형자산 등 그 동안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던 자산에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가능해지며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 될 수 있다. 증권형 토큰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에 관련된 절차를 프로그래밍해 블록체인 플랫폼과 토큰에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거래 시 자동으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발행과 유통 원칙적으로 분리 = 금융위는 6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하고 있는 토큰 증권은 크게 ①비정형화된 실물자산(원자재, 부동산, 미술품 등)을 토큰화해 증권으로 발행하는 경우와 ② 주식, 채권 등 정형적인 증권을 토큰 증권 형태로 발행한 경우, ③ 발행 의도와 달리 증권법상 증권으로 판별된 디지털자산의 형태로 세분화할 수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①은 주로 유동화 목적으로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으로 토큰화해 증권으로 발행하는 형태다. 기술적으로 부동산, 미술품, 무형자산, 골동품 등 대부분의 자산을 토큰화해 증권으로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②는 자금 조달 목적 등으로 주식, 채권 등 정형적인 증권을 토큰 증권의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자금세탁방지, 공시 등 백오피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어 기존 형태의 증권 대비 효율성이 높다.

마지막 ③은 발행 의도와 달리 증권법상 증권으로 판별되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SEC와 리플사의 XRP 토큰의 증권성 여부를 놓고 진행하는 소송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리플사가 패소할 경우 XRP토큰은 증권으로 간주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토큰 증권이 전자증권법상 증권발행 형태로 포섭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실물자산이 연계된 비정형적인 신탁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을 제도권 내에서 수용할 수 있게 됐다"며 "토큰화 된 다양한 실물자산들의 소액 발행과 다양한 유통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주식, 채권 같은 기존의 정형적인 증권도 토큰 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할 경우 정형적인 증권의 발행과 유통 프로세스가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은 원칙적으로 분리된다. 발행단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 등록할 수 있고 소액공모 한도 확대, 공모 규제 완화를 통해 발행의 활성화를 지원한다. 유통단에서는 다양한 소규모 장외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다자간 상대매매 플랫폼을 제도화했다. 상장시장은 한국거래소가 디지털증권시장을 시범 개설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 이전까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새롭게 신설되는 각종 인가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세부요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토큰 증권 시대 개막"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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