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수도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2023-02-14 11:33:22 게재

규모 7 육박 강진 발생, 역사기록 있어

주거용 건축물 대다수 내진설계 안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진 피해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수도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규모 7에 육박하는 지진이 여러차례 발생했다는 역사기록이 남았는 데다, 주거용 건축물 대다수가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다보니 강진이 발생하면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피해가 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2024회이며 지난해에는 77회나 일어났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461회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

인천 강화 해역서 규모 3.7 지진 발생 | 인천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이 발생한 1월 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장익상 통보관이 지진발생 위치 및 진도 상세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계를 중심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가 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근거로 학계 일부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여러 역사기록물에 남아있는 크고 작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 기록을 꼽는다. 이들 기록을 통해 산정한 결과 당시 규모 7에 가까운 지진이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우리나라 수도권 일원에도 큰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최근 지진이 영남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지만, 오히려 지반에 응력(스트레스)이 축적되고 있는 수도권에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905년까지 기록을 보면 수도권의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데, 1978년 이후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힘이 누적돼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응력이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북은 해성퇴적층으로 약한데 반해 수도권의 경기육괴는 단단한 암반이라 응력이 쌓이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며 강진 발생 위험을 경고했다.

학계는 또 한반도 지진 대다수가 4~15km 사이 얕은 지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깊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거의 감소되지 않은 채 지표에 전달된다.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얕은 진원 깊이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남서쪽 25km, 지하 13km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1만여명이 사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아이티는 내진설계가 제대로 된 건물이 없어서 피해가 더 컸다. 사망자가 4만명에 육박한 튀르키예·시리아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시내 빌딩이나 아파트, 다가구 주택 등 다양한 민간 건축물 중 내진 설계와 시공이 이뤄진 것은 23.8%에 불과하다.

홍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지진계 분포가 전국으로 고루 퍼지면서 지진 분포도 전국적으로 고루 나타나고 있다"며 "경주, 포항 지진 이전의 강진도 영남권에 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국내 내진 건축물 12.9% … 저층 주거지 재앙 우려" 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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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구본홍 박광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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