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강하고 법에 관심 많다면? 진로 분야 다양한 세무학과

2023-02-15 10:08:12 게재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8조 납세의 의무다. 국민이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는 재정을 확보해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세금을 걷기 위해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될 법을 만들고, 또 세금을 내야 하는 기업·개인은 세금 부과에 대응하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세무라고 한다. 세무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세무학과의 교육과정은 어떤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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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 세무회계 세법을 배우는 세무학과
  세무학과는 기업과 행정 분야에 필요한 세무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세무학은 경제학 회계학 법학이 융합된 학과로 이 중 세금과 관련 있는 재정학, 세무회계, 세법을 다룬다. 재정학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운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국가의 조세 정책을 기획·입안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기획재정부의 그 ‘재정’이다. 세무회계는 세금 계산을 목적으로 하는 회계를 말한다. 헌법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세금은 세법이 정하는 대로 부과되는 만큼 세무학과에서는 세법도 함께 다룬다.    
숫자를 다루는 꼼꼼함+문해력→융합적 성격 강해
  서울시립대의 경우 세무학을 구성하는 재정학 회계학 세법 중 세법 관련 과목이 많이 개설된 편이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는 “1984년 학과 개설 당시 세무사 양성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세법학과 회계학 과목을 치러야 하는 세무사 시험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으로 구성해 세법이 강조된 측면도 있다. 세법 입문 혹은 조세법 등의 단일 과목이 아닌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개별 세법을 자세히 가르친다는 점이 우리 학과의 강점이다”라고 설명한다.   세무학은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꼼꼼해야 하며, 세법을 기준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세법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도 요구된다.   박 교수는 “세무학은 경제학 회계학 법학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전공에 대한 집중력과 함께 다양한 학문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융합적 사고력이 있으면 좋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 시, 학생의 등급만 보지 않고 학교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인원 수, 표준편차 등을 꼼꼼히 살핀다. 학생부를 평가할 때 학과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도 본다”라고 설명한다.   2022학년 서울시립대 학생부 교과 전형 최종 등록자 중 상위 50%에 해당하는 50% 컷은 1.7등급, 70% 컷이 1.7등급이었으며, 종합 전형은 50% 컷이 2.2등급, 70% 컷이 2.5등급이였다.   교육과정으로는 세법의 기본을 배우는 <세무학개론>, 재무제표 작성 원리 및 회계 기준 등을 배우는 <세무회계원리>, 조세 정책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재정학의 기초소양을 기르는 <미시조세론>, 조세 부과부터 징수까지 조세법 전반에 담겨 있는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조세법총론>, 세무회계의 핵심 분야인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회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세무회계> 등의 과목이 있다.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 위주로 수강하기도
  삼일회계법인에 근무 중인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4학년 윤기백씨는 “숫자에 강한 친구들은 세무회계에, 텍스트에 강한 친구들은 세법에 더 흥미를 보였다. 세무회계 세법을 모두 배우는 만큼 인문·자연 계열 성향을 고루 갖춘 융합적 학생이라면 학과 공부에 더 유리하지만, 교육과정이 다양한 만큼 적성에 맞는 과목 위주로 들을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회계학에 흥미가 있다면 세무학과에 개설된 <세무회계원리> <중급재무회계>, 경영학부에 개설된 <원가회계> <관리회계> 등을 들을 수 있다. 세무학을 구성하는 재정학 회계학 세법 중 세법 관련 과목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면 법학 관련 전공으로도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4학년 장인환씨는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총 87학점의 전공 학점 중 경영학 6학점, 회계학 9학점, 경제학 12학점을 이수하고 나머지 60학점은 모두 법학 과목을 이수했다. 진로 탐색 후 자신의 희망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은 큰 장점이다”라고 전한다.   세무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졸업 후 세무사, 회계사, 금융기관·기업의 회계·세무 담당, 세무직 공무원 등의 진로를 선택한다. 세무사는 세무대리를 수행하는 반면 회계사는 세무대리뿐 아니라 회계감사 등 회계에 관한 업무를 하는 만큼 업무 영역이 더 넓다.    
인공지능 시대 고차원적 판단은 인간의 영역
  2015년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에는 기업의 30%가 인공지능으로 회계감사를 수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직업별 인공지능 대체 확률’이라는 조사를 통해 관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군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손으로 계산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회계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어떤 분야든 전문가의 손길이 줄어드는 경향성은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기계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전문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문 서비스, 고차원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 등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지확대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법ㆍ회계ㆍ경제 모두 배울 수 있어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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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삼일회계법인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4학년    
?Q. 세무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세법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언어인 회계에도 능통해야 하며 세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려면 경제학적 소양까지 필요하다. 세무학과의 교육과정은 법·회계·경제를 모두 배울 수 있어서 무척 매력적이었다. 취업까지 고려해 선택했다.    
?Q. 가장 좋았던 전공 과목을 소개한다면?
  <조세법연습> 수업을 통해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 등 주요 세목들에서의 중요 쟁점들을 법학의 관점에서 심도 있게 공부해볼 수 있어 좋았다. 기업을 운영할 때 세법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앞으로 조세 전문가가 되었을 때 어떻게 세법을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효과적인 세무계획이란 무엇인지,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선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다뤘던 <세무경영론> 역시 인상 깊었다. 아직 수강 전이지만 기업체에 직접 찾아가 세무 문제를 해결하는 실습 과목인 <세무종합설계>는 호평도 자자해 기대가 된다.    
?Q. 입학 전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학과에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준비생들이 많아 전공 과목 수강생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전문적이고 난도 높은 과목들이 많아 좋은 학점을 얻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대학에서 실력을 쌓기에 좋다는 뜻이다. 대학 입학 전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졸업 후 진로 계획은?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해 지금은 삼일회계법인 택스팀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 학기가 남아 3월부턴 학업휴직이 예정되어 있는데, 졸업 후 다시 법인에 복직해 계속해서 경력을 쌓아나갈 예정이다. 회계법인에서 조세 실무를 조금이나마 경험해보니, 학교 전공 수업을 통해 판례와 법령에 익숙해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학교 교육과정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Q. 세무학 전공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실 적성도 맞아야 하고 꽤 어려운 전공이다. 하지만 법 회계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조세 분야 진로를 희망한다면 학과 교육과정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법학과 상당수가 로스쿨로 전환된 상황에서 조세법을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세분화해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학과를 찾긴 어렵다. 게다가 조세 실무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도 입학하기 힘든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님들이 곧 우리 학과 교수님들이다. 경력을 쌓고, 시험을 봐야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교수님들의 수업을 학부에서부터 접할 수 있었던 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학생이기에 가능했던 만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조세 분야 전문가로 공동체에 기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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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예정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4학년    
Q. 세무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 진학 전 로스쿨이나 회계사 시험을 목표로, 어떤 학과가 적합할지 고민했다. 변호사도 상속 이혼 조세 등 많은 세부 전문 분야가 있으며 회계사 역시 감사 딜(Deal) 세무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문직 시험 합격으로 끝이 아니라 나만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즈음 계속된 법 개정으로 인해 양도세 관련 법리가 매우 어려워지자 양도세를 담당하지 않겠다고 고객들에게 얘기한 세무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AI가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하더라도, 세법은 매년 개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변호사든 회계사든 조세 분야는 전문 영역으로 적합하다고 확신했다.   조세 분야 전문가가 된다면 안정적 직업을 갖게 되는 건 물론, 조세 포탈, 편법 증여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이나 청년 창업을 위한 조세 컨설팅 등으로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선택했다.    
Q. 좋았던 과목을 소개한다면?
  <조세법총론>은 세법의 기본이 되는 국세기본법을 배우는 과목으로, 판례를 다루며 쟁점을 추출하고 법리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학은 목차를 잡아 답안을 서술해야 하는데 형식을 지키지 않고 줄글로 답안을 작성해 교수님께 지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연습을 통해 종강 즈음에는 사실관계를 보며 A4 2장을 빼곡히 목차식으로 서술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세법이 어렵다고 해도 열심히 하면 성과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고, 회계사 시험이 아닌 로스쿨 진학으로 목표를 바꾸게 되었다. 법학에 대한 적성을 알게 해준 고마운 과목이다.    
Q.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소개한다면?
  법학·회계학·경제학을 모두 심도 있게 배우는데 특히 개별 세법을 자세히 배우는 점이 큰 장점이다. 세법을 세무회계가 아닌 법학으로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학과로 교육과정만 잘 따라가도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유일의 세무전문대학원은 세무학을 전문적으로 다뤄 실무자를 교육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법조인, 회계사, 세무사, 세무공무원 등의 실무자를 교육하는 교수님들로부터 직접 세무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Q. 졸업 후 진로 계획은?
  강원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고, 올해 졸업과 동시에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저학년 때는 법학·회계학·경제학을 두루 수강했고 로스쿨 진학을 결심한 후, 법학 관련 전공만 수강했다.   법조인이 된 후에는 세법과 관련된 다양한 실무 과정을 경험해 조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려 한다. 이후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나가면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국세청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할 계획이다.
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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