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탐구 난도상승

수능 탐구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

2023-02-15 11:36:21 게재

탐구 대입 변수로 급부상 … "문제 풀이 무한 반복해야 하는 실정"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컸다. 수학 다음으로 올해 수험생에게 변수로 작용했던 과목은 탐구 영역이었다. 특히 전년 대비 사회탐구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탐구 체감 난도가 급상승해 당황한 수험생이 많았다.
실제 일부 과목은 만점자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다. 2022학년 수능 사탐은 한 문제라도 틀리면 백분위 점수가 크게 하락해 정시 지원 시 어려움이 많았다. 2023학년에는 과학탐구뿐 아니라 사회탐구도 난도가 높았다. 30분 안에 20개 문항을 푸는 것이 어려울 만큼 시간 압박이 커졌다.
N수생 증가와 상위권 변별, 교차지원 등의 문제로 탐구난도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난도가 높아진 탐구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튼튼한 개념 위에 끊임없는 문제풀이가 필수다. 그러나 고3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수능 준비를 병행해야 하므로, 탐구에 쏟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출처 이미지투데이


대입에서 탐구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탐구의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탐구를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유다.

2023학년 정시에서 인문계열은 성균관대의 경우 국어 35% 수학 35% 탐구 30%를, 한양대는 국어 30% 수학 30% 탐구 30%를, 고려대는 국어 35.7% 수학 35.7% 탐구 28.6%를 반영했다. 자연계열은 탐구의 영향력이 더 크다. 중앙대는 국어 25% 수학 40% 탐구 35%를, 성균관대는 국어 30% 수학 35% 탐구 35%를, 한양대는 국어 20% 수학 35% 탐구 35%를 반영했다.

자연계열은 국어보다 탐구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이 많고 일부 대학은 수학과 탐구의 반영 비율이 같기에 탐구는 대입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고3 때는 학교 수업과 국어 수학에 집중하는 나머지 탐구에 쏟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수를 결정하는 이유 중 탐구에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2023학년 수능은 국어가 평이하게 출제됐고 탐구의 난도가 높아져 수학 못지않게 탐구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졸업생과 재학생의 격차, 탐구에서 가장 커 = 탐구는 어느 정도 문제가 유형화돼 있다. 따라서 누가 더 제대로 공부하고 기출이나 유형별 문제풀이를 많이 했느냐가 성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 차이가 탐구 영역에서 많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는 최근 진학사의 'N수생, 고3보다 수능 얼마나 잘 봤을까'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진학사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과 2023학년 수능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 졸업생의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평균은 72.17로 재학생 평균인 62.49에 비해 9.68 높았다. 이는 2022학년 격차인 10.16에서 소폭 줄어든 수치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영역별 격차다. 국어에서 졸업생과 재학생의 격차는 2022학년 9.87에서 2023학년 8.16으로, 수학은 10.03에서 9.63으로 줄어든 반면, 탐구는 9.87에서 10.47로 백분위 평균 점수의 격차가 더 커졌다. 이는 2023학년 수능 탐구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재학생의 하락 폭이 더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산출하는 탐구에선 상위권 변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부 과목이라도 탐구 난도가 낮아져 1등급 동점자가 많아지거나 2등급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뿐 아니라 대입 전반에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의 난도, 각 과목 간의 난도를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전혀 다른 17개 과목의 난도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 2023학년 수능 사회탐구는 2022학년에 비해 난도가 높아졌고 과학탐구와 비교해 표준점수나 백분위에서도 불리하지 않았다.

◆난도 높여 30분 안에 20개 문제 풀기 어렵게 만든다? = 문제는 난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박소현 경기 저동고 교사는 "수능은 30분 안에 20문제를 누가 더 정확하게 빨리 푸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다 보니 30분안에 20문제를 소화하기 힘들도록 출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서인혜 경기 주엽고 교사는 "과학탐구에서 선택 인원이 가장 많은 '지구과학Ⅰ'은 개정 교육과정으로 킬러 단원이라고 불릴 만한 단원이 없어졌다. 이는 특별히 어려워서 포기할 단원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디서 킬러 문항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전한다.

최근 수능 탐구는 고난도 문항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난도가 상승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문제를 읽고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2점 문제도 머뭇거리게 만들거나 제시된 자료를 다른 자료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면서 2024학년 수능 탐구에 대한 수험생의 우려와 불안도 커진 상황이다.

난도는 높아졌지만 30분 안에 20개 문제를 풀어내야 하기에 교사들은 '시간 관리'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읽으면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끈질긴 연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탐구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N수생에게 유리하다. 재학생들은 탐구보다 주요 과목에 집중하지만 N수생들은 탐구 때문에 대입에서 쓴맛을 본 경우가 많아 탐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한다.

난도가 높아지고 누가 더 다양한 문제에 익숙해졌느냐가 중요하니 재학생과 N수생의 탐구 성적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 수능 구조에선 해답 찾기 어려워 = 전혀 다른 17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하는 데다 과목의 특성이 다른 만큼 선택하는 학생들의 성향이나 학업 역량도 다르다.

진로 중심 교육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진로와 무관하게 유불리를 따져 선택해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는 수능 탐구는 분명 문제가 있다.

현 통합 수능 체제에서 탐구는 사회탐구 9개 과목과 과학탐구 8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자연 계열은 과학탐구를 지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특정 과목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사회탐구에서 '생활과 윤리' 선택자는 14만2541명, '사회·문화' 선택자는 12만7169명이었지만 '경제'는 4927명이었다.

과학탐구도 '지구과학Ⅰ' 선택자는 14만6060명, '생명과학Ⅰ' 선택자는 14만978명이었지만 '물리학Ⅱ' 선택자는 2628명에 불과하다.

인원이 적은 과목은 그만큼 1~2등급 인원이 적고 매년 수능 난도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기에 수험생으로서는 선택 인원이 많아 안정적으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에 맞는 과목을 권하지만 정작 수능에서는 진로보다는 안정적인 등급을 받을 과목을 선택하고 문제풀이를 무한반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수능 탐구 상대평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