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진입 앞둔 금감원 … 업계는 긴장
'증권성 판단' TF 구성
직접 검사 가능성 커져
미 '금융리스크 요인' 지목
작년 피해규모 30억달러
14일 금감원은 "국내 유통 중인 가상자산(코인)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원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코인 투자자가 취득하는 권리의 내용이 증권에 해당될 경우 자본시장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금감원이 증권성 여부를 판단해 법위반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코인거래소 내에 상장된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일단 거래소가 먼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 이슈가 제기될 경우 감독당국이 사례별 분석을 통해 증권성 판단사례를 제시할 예정이다.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서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코인거래소들은 현재 국내 상장 코인들의 증권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코인의 경우 금융당국 판단에 따라 증권성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 코인에 대해 증권성을 놓고 리플 발행사인 리플랩스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코인 중 일부는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어서 금감원의 행보에 코인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긴장하면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만 증권성이 있다고 하면 코인의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 고민이 많다"며 "생존을 위해 증권사와 협업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TF에는 금융투자검사국이 포함돼 있어서 코인의 증권성 판단을 위해 직접 거래소에 검사를 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TF에서 가상자산의 증권성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 마련, 업계 질의사항 검토,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과 증권 개념의 연계성 검토, 사례별 증권성 검토의견 마련 등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코인의 증권성 판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코인의 위험성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인 거래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는 지난해말 발간한 '2022년 연차보고서'에서 △부동산 △비금융기업 여신 △단기 도매자금 조달시장과 함께, 디지털자산을 금융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디지털자산(코인 등) 투자 관련 설문조사결과 46%가 예상보다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며 "현재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혼란은 전통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이 없으나, 향후에는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상호연결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는 지난해말 발간한 '디지털자산 규제 촉구 보고서'에서 "2022년은 디지털자산의 사기 해킹 등 규모에 있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 코인거래소 해킹 피해규모는 30억달러 이상이며 4만6000명의 미국인이 2021년 디지털자산 사기로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금융감독청은 코인거래소들이 새롭거나 기존과는 매우 상이한 코인 관련 활동을 개시하려면 사전에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거래소에 감독서한을 발송했다. 해당 활동을 시작하기 최소 90일 전에 감독당국에 알려야 하고 감독관 승인을 얻기 위한 정보요구사항이 기재된 서면 제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 요구사항은 △사업계획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및 감시 △소비자보호 △재무현황 △법규 분석 등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코인거래소에 대한 신고·수리를 거쳐 사실상 감독·검사를 하고 있지만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감원도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서만 FIU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와 증권성 있는 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 방지 시스템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코인 관련 업권법(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코인업계에 대해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해 피해 발생을 사전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