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청소년 기술인재 육성

국내 유일 다문화 기술인재 양성 요람 '다솜고'

2023-03-07 10:50:34 게재

2012년 개교, 컴퓨터기계과·플랜트설비과·스마트전기과 개설 … 평균 취업률 80%

저출산·고령화에 '인구절벽'이 현실화되자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으로 '이민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국제결혼이 이어지면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8만여명으로 10년 전 2012년 145만여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2021년 11월 기준 국내 다문화 가구는 38만5219가구로 일반가구의 1.75% 수준이다. 전년 대비 4.7%(1만7000가구) 증가했다. 가구원은 111만9267명으로 국내 총인구(5173만871명)의 2.16%를 차지한다. 지난해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다문화 학생 수는 16만8000명으로, 전체 학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사회통합위원회 다문화가족 학생들만 다니는 기술학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1년 7월 사회통합위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 고용부 충북도교육청이 제천 다솜하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같은 해 11월 충북교육청이 다솜학교 설립을 인가했다.
2012년 3월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로 개교해 2016년 11월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다솜고는 국내 유일의 다문화 청소년을 위해 2012년 3월 설립된 기숙형 기술계 대안학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충북 제천 한국폴리텍대학 다솜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국가가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은 우산을 입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이날 입학식에는 이 장관(앞 두번째 줄, 왼쪽부터 여덟번째)을 비롯해 권태성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 임춘건 한국폴리텍대학 기획훈련이사, 조상훈 다솜고 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자라난 터전은 우리 서로 달라도 너와 나 각자의 빛깔과 향기 머금고 아름답고 행복한 꽃송이 피우자."

개교 12년을 맞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 다솜고등학교 교가의 일부다.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다솜고는 다문화청소년을 위해 2012년 3월 설립된 국내 유일 의 기숙형 기술계 대안학교다.

고용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다솜학교는 정규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전원 기숙사 생활을 통해 인성 지도와 몰입식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한다. 컴퓨터기계과 플랜트설비과 스마트전기과가 개설돼 있으며 학과당 학년별 15명씩 소규모로 운영한다.

한국폴리텍대학 다솜고 조감도. 사진 다솜고 제공


◆부모 출신국가 24개국, 70% 중도입학생 = 다솜고는 개교 이래 전국에서 540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이들 부모의 출신 국가는 24개국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국가 비중(97.4%)이 높았다. 입학생 중 70.2%가 외국에서 출생해 부모의 결혼 등으로 성장기에 한국사회로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나머지는 국내서 나고 자랐다.

다솜고가 인성교육 못지않게 주목한 부분이 기술교육이다. 제천기능대학의 기능전환으로 기존 대학건물을 활용하고 있는 다솜고는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실습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솜고 교사들의 세심한 지도와 실습을 통해 국어·영어·수학 등 보통교과는 물론 1학년은 기초이론수업, 2학년은 이론과 기초실습, 3학년은 실습위주 수업으로 차근차근 전공기술을 익힐 수 있다.

또한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수준에 따라 한국어 수업을 통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대비하고 있다. 합격률은 1학년 1급 90.3%, 2학년 2급 89.7%, 3학년 3급 80.0%에 달한다.

이를 기반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중도입국해 국적취득대상 재학생 중 대한민국 국적 취득률은 60.5%다.

다솜고는 올해 1월 졸업한 42명의 학생들이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72개(171%)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9년 연속 100%를 달성했따.

졸업생 전원이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용접기능사 전기기능사 공유압기능사 등 1개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고, 2개 이상 21명, 그리고 2명의 학생은 5개의 국가자격증을 땄다.

특히 2020년 다솜고를 졸업한 쌍둥이 형들의 뒤를 이어 다솜고에 입학한 스마트전기과 박태균 학생은 전기·승강기·공유압·철도전기신호·지게차운전 기능사 등 5개의 국가기술작격증을 취득해 한국공학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에 진학한다.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컴퓨터기계과 지앙 웬보(JIANG WENBO) 학생은 기계가공조립·컴퓨터응용선반·컴퓨터응용밀링·공유압·3D프린터운용 기능사 5개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무엇보다 기쁜 일은 다솜고에 입학해 다양한 기술 자격증과 TOPIK 5급을 취득해 내가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실력 있는 기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다솜고 컴퓨터기계과에 입학해 기계 설계와 가공 기술 등을 전공한 한정애 학생은 지난 1월 졸업과 동시에 태양광 셀 제조기업에 취업했다. 국제결혼을 한 어머니를 따라 2018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그는 재학 중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을 취득했다.

◆정규 교과 외 봉사·진로·동아리활동 다양 = 다솜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졸업생 375명(9회)을 배출했고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평균 취업률은 80.2%에 달한다.

다솜고 학생들은 정규 교과 외에도 3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어학 실력을 기르기 위한 '한국어말하기대회' '이중언어 시쓰기대회'는 물론 공동체 체험학습과 국제 기술봉사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을 기른다.

올해 1월 초에는 국립 한경대학교 컨소시엄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새싹캠프'를 진행했다. 39명의 3학년생이 참여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분야에 대한 흥미와 기초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다솜고는 다양한 학생동아리 활동도 지원한다. 밴드동아리 '위드밴드'는 지난해 10월 제천시 주최 '환경노래개사 경연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세계인의 날'(5월 25일)에 다문화청소년을 대표하는 밴드로 초청돼 뜨거운 호응 속에 축하공연을 마쳤다.

조상훈 다솜고 교장은 "중도입국 청소년이 한국 사회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언어 장벽"이라며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통해 어학능력 향상을 돕고, 국적 취득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국적 취득요건을 갖춘 대상자 11명 중 10명이 귀화 시험에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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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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