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까지 파고든 마약 … 청소년 예방교육부터 강화해야

2023-03-08 11:27:58 게재

SNS로 구매하고 '던지기'로 유통 … 해마다 10대 마약사범 증가

학교·지역사회 손잡고 위험 알려야 … 교육부도 강화방안 마련

인터넷 메신저가 마약 유통경로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마약 투약이 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유혹에 마약 유통조직에 가담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처벌 등 사후 대책에 앞서 청소년들의 마약 접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7일 인터넷으로 구입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A양을 전날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인 A양은 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필로폰을 구매해 집에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남경찰청이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현혹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유통하거나 이를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20대 A씨 등 20명을 구속하고 8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운반책은 주로 20∼30대였으며 10대도 1명 있었다. 사진은 운반책이 숨겨놓은 마약류. 사진 경남경찰청 제공


◆중학생도 손쉽게 필로폰 구매 = 경찰에 따르면 A양은 마약 구매를 목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초대됐다. 이곳에서 지난 5일 필로폰을 구매한 A양은 이튿날 서울 광진구 한 주택가에서 판매자가 놓아둔 마약을 챙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필로폰을 구매하는 데 든 돈은 40만원이었다.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미리 지정한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고 찾아가게 하는 비대면 거래 수법인 소위 '던지기 수법'의 대표적 유형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투약 후 어머니에게 투약 사실을 직접 말했고,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양을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켰다. 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간이시약검사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또한 같은 날 경남경찰서 광역수사대는 SNS를 이용해 전국에 마약을 유통한 일당 82명을 검거했다. 이중 유통책 대다수는 빚에 시달린 20~30대 청년들로,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돼 범행해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통책 중 10대 청소년도 1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개설된 6개 공개 채널을 통해 수사에 나선 뒤 가상화폐와 통신, 계좌, CCTV를 토대로 이들을 검거했다.

문제는 이들과 같은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은 294명에 달한다. 2018년 104명에서 4년 사이 182.7%나 급증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마약 위험성 알아야 = 사정이 이쯤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단속·처벌과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지역사회를 통한 예방교육이 10대 마약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학업 부담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약류 등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법을 발의한 국회 교육위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은 "한창 성장하는 시기의 10대 학생들이 마약 등을 접할 경우 뇌신경계와 신체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겨 올바른 생각을 갖기 어렵고 부족한 자제력으로 쉽게 중독에 빠져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면서 "마약범죄는 사후 재활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약의 위험성을 정확히 전달하는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 마약류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처럼 10대 청소년 시기부터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학교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라며 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의식 교육에 관심도 떨어져 = 현재 학교보건법은 초·중·고에서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의 오·남용과 중독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을 매년 일정 시수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내용은 흡연·음주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실시되는 마약예방 교육도 강의식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사정이 이쯤되자 교육부도 뒤늦게 예방교육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마약 예방교육 강화 방안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술, 담배, 성교육 등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초중고 보건교육에서 마약예방교육 시간을 늘리고 교육청별로 교육실적을 확인토록 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연수도 강화한다. 마약의 종류·특성·부작용 등에 관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원 연수 과정을 오는 4월까지 개발한 뒤 5월부터 관련 연수를 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식약처·경찰청과 공동으로 초중고 교사용 예방교육 지도서를 보급하고 하반기부터는 경찰청으로부터 교육자료를 지원받는다.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의 마약 예방 전문강사를 학교에 지원하고, 약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 마약 예방교육 지원 전문위원회'도 꾸려 활동하기로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 유행으로 10대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 내 마약예방교육 비중을 높이고 마약예방교육 지원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마약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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