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굴욕외교에 미국은 쌍수 환영

2023-03-17 10:33:44 게재

미 "한미일 관계 강화 기대" 희색 … 한국내 싸늘한 여론과는 상반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합의도 없이 저자세로 밀어붙여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미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위한 한미일 공조의 초석을 놓았다는 자체 평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민들의 구겨진 자존심이나 굴욕외교라는 한국내 비판은 미국의 관심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이 2월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일일 언론 브리핑 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일 3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도쿄에서 12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제시했던 해법을 언급하며 "회담을 앞두고 한일은 지난 6일 양국 간 협력과 협력적 파트너십의 새 장을 여는 참으로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이슈를 해결하고 양자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발표를 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일이 이 새로운 상호 이해를 지속적인 진전으로 전환하려는 조처를 함에 따라 한일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환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억제력과 평화를 증진하고자 양자적으로 국방·안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일이 한미일 3국 관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양국 협력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지원해 왔다"고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다는 내용도 소개하면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안보뿐 아니라 경제·기술 등 3국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키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린 더 안전하고 안정되며 번영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통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게 이 파트너십의 핵심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도 "미국의 한일에 대한 방위 약속은 절대적으로 굳건하며, 3국 관계를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역내에서 우리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군사적 역량을 계속 갖춰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언론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화해를 향한 양국 정상의 조치는 한일 양국에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한일 간의 동맹에도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은 대중국 보루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 지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NYT는 한국 내 반대 여론 등과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도 언급하면서 일본이 한국의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소개했다.

CNN 방송은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두 동맹국이 새롭게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에는 북한의 위협, 중국의 공격적인 군 태세와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고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긴장을 줄이기 위한 조치와 웃으면서 악수하는 한일 정상의 사진은 한일 관계의 기조가 전환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북한 및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의 의미를 부각했다.

다만 람 이매뉴얼 주일미국대사는 이 신문에 한국 내의 반일 정서가 강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엄청난 정치적 위험'에도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대담하게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도 한미일 3국의 협력 수준이 크게 강화됐다고 언급하면서 "정치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전략, 억제력 영역에서도 함께 협력하는 것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중국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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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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