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붕괴 … 수익률곡선 늘 옳다 증명"

2023-03-17 11:28:26 게재

WSJ 자매지 배런스

금융시장이 주시하는 수익률곡선은 지난해 7월부터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조만간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무성했다. 결국 미국 스타트업 특화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자매지로 투자전문매체인 '배런스'는 15일 "수익률곡선 역전은 SVB를 붕괴로 이끈 촉매제였다"며 "SVB 파산은 수익률곡선은 늘 옳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경우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위험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과거 미국의 8차례 경기침체 직전에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주 미국의 6개월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차이는 1.33%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VB와 같은 은행의 핵심 먹거리는 고객예금을 받아 기업 등에 대출하면서 생기는 이자 마진이다. 고객이 예치하는 저축예금과 당좌예금 등은 은행의 부채로, 일반적으로 언제든 인출될 수 있다. 반면 은행의 자산은 기업에 대한 대출 및 보유채권인데, 이는 보통 수년 또는 수십년의 만기를 갖는다. 은행은 단기차입을 통해 장기대출을 하며 수익을 얻는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초과하면 이 사업모델은 무너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부터 전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4.75%에 달한다. 수익률곡선 역전에 대처하려면 미봉책으로나마 예금금리 인상은 더디게, 대출금리 인상은 신속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지속할 순 없다. 고객들이 점차 은행 이외 고수익을 주는 곳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SVB는 지난해부터 수익률곡선 역전 상황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고객 인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간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크 윌슨은 "최근 예금자들이 기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머니마켓펀드나 1년 이하 초단기국채(T-Bill) 등 고수익 증권에 투자하고 있다"며 "은행이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을 인상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은행의 수익 감소와 대출공급 감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짐 리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항상 무슨 일인가 생긴다. 은행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고객의 두려움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뱅크런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연준 통화정책은 '길고 가변적인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SVB 붕괴 사태는 그같은 시차가 사라졌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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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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